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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창간 27주년 특집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1일(木)
은퇴 베이비붐 세대, ‘배우기 붐’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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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소믈리에·바리스타…
자격증 따며 ‘제2 인생’ 설계

대학 재입학 5060 밤낮 ‘열공’
소득 낼수있는 전문 과정 인기

대학들도 평생교육시장 키우기
성인학습자용 프로그램 쏟아내


#1. 인천에 사는 임경란(여·59) 씨는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숲 해설가를 선택했다. 아무나 숲 해설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말을 반납한 채 총 195시간의 이론과 현장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전문과정을 통해 산림청 자격증도 따야 한다. 임 씨는 1일 “은퇴 후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여러 분야를 알아보던 중 숲 해설가에 주목하게 됐다”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지만 건강에 좋은 숲에 머물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문 해설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임 씨는 최근 이 분야에 욕심이 생겨 사이버대학에도 진학해 일본어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에선 이미 숲 해설 분야에 많은 심층 연구가 이뤄졌기 때문에 직접 원서를 보고 지식을 더 쌓기 위해서다.

#2. 대구의 김경업(61) 씨는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사이버대학에 들어갔다. 몇 년 전 유럽 여행에서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진 게 계기가 됐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 강의에선 교수, 동료들과 만나 시음, 실습 등을 거친다. 최종 목표는 전문 자격증을 딴 후 자격증을 준비하는 동료들과 창업하는 것이다.

#3. 서울에 사는 김의현(62) 씨는 뒤늦게 미국 또는 영국으로 ‘시니어 영어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주말에는 문화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평일에는 현지에서 영어공부를 하며 젊은 시절 못했던 영어 공부에 대한 미련을 이번 기회에 떨쳐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껏 몸담았던 직업을 떠나 ‘인생의 멋진 항해’를 꿈꾸며 다시 배움터로 향하는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 세대가 늘고 있다. 은퇴 시기가 앞당겨지고 근로시간은 줄어들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생 2막’을 서둘러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뿌리내리는 평생교육 진흥 체계 = 대학 문을 두드리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학위 취득보다는 주로 전문가 자격증 취득을 원한다. 사이버대학, 전문대학, 전문교육기관 등으로 두 번째 입학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대학 역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 사태를 성인교육 및 평생학습으로 돌파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며 이에 부응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도 잇달아 시니어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어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평생학습 분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제4차 평생교육 진흥 기본계획’을 보면, 퇴직 후에도 72세까지는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은퇴자의 직업교육 관련 평생학습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2015년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질은퇴연령도 남성 72세, 여성 71.7세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에 정부는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제1차∼3차 기본계획에 따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비롯해 평생학습도시와 평생학습센터를 지정·운영하는 내용의 평생교육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학점은행제, 독학학위제 등 학력보완을 위한 평생교육도 활성화하고 있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통한 대학 우수강의를 공개하고 지역 평생교육 강좌를 연계한 ‘국가 평생학습 포털(늘 배움)’ 등을 선보이면서 2008년 26.4%에 그친 평생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35.8% 수준까지 도달했다.

◇실용적 전공·소득 창출 자격증 선호 = 은퇴자들이 자격증 과정에 몰리는 것은 학위, 학습에 대한 개인적 성취감보다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분야를 찾기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은퇴 후 평생교육을 찾는 이들은 학위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당장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소득도 낼 수 있는 전문 분야를 찾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과거 몸담았던 업종이나 학부 전공과 연관해 실용적인 분야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은퇴자들에게 인기 있는 자격증은 한국어 교사, 바리스타, 공인중개사, 역사해설사 등이 꼽힌다. 학위과정의 경우 51세 이상 78세 이하 은퇴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 전공을 조사한 결과, 인문·사회·교육(보육) 계열 순으로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대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고모(여·58) 씨는 “교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가 되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며 “당장 그동안 쌓았던 경력과 노하우 등을 토대로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도 평생교육 시장 진출 = 학령인구가 줄고 교육부 차원에서 부실대학의 정원 감축 등을 예고하자 4년제 대학, 전문대 등은 평생교육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교육부는 평생학습 중심대학 등을 선정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직업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교육 환경을 비롯해 국가 정책 방향도 평생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학 차원에서도 성인학습자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며 “고교를 졸업한 지원자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변화를 읽고 은퇴자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은 당면 현안”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잇달아 은퇴자들을 비롯한 성인학습자용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시니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내놓은 모 어학원 관계자는 “특히 외국어 교육 시장에서 조기 유학·연수·수능영어 등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성인학습자를 위한 토익·어학연수·영어회화의 수요층은 늘고 있다”며 “향후 이 격차가 더 커질 것에 대비해 중장년층 외국어교육 상품을 발 빠르게 출시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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