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특집-공유경제시대>기득권 반발에 두손 든 우버… 꽉막힌 규제에 발목잡힌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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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ing Economy - 한국선 곳곳에 걸림돌

우버, 업계 반발에 2년 만에 철수
에어비앤비는 합법화 서명 나서

카카오카풀 도입 싸고 갈등 격화
택시업계 “생존권위협”전면거부

日·핀란드,공유서비스 도입하되
합리적 규제 통해 共生방법 찾아

한국에서 공유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와 기득권의 반발이다. 한번 생긴 규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기득권의 저항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첫 의제로 승차 공유 문제 해결을 내세웠지만 택시 업계의 거부로 1년 동안 논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최근 1기 활동을 마쳤다.

지난 10월 18일 택시기사 7만 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카카오의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 택시 기사(27만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풀러스가 24시간 카풀을 도입하면서 승차 공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운수산업의 세계적 패러다임이 이미 차량 공유로 넘어가고 있지만, 한국만이 기술 혁신이 몰고 오는 변화를 끝까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10월 24일 관계장관 회의 이후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위해 신 교통서비스를 활성화하되, 기존 운수업계 경쟁력 강화 등 상생 방안 마련을 병행”한다는 모호한 입장만 밝히고 있다.

택시 업계는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올해 실시된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최대 9명이 카풀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업계의 집단행동엔 대기업도 손을 든 상황이다. 지난해 카풀 서비스 기업에 투자했던 현대차는 택시 업계가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저항하자 6개월 만에 샀던 지분을 모두 되팔았다. 2013년 국내에 들어온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도 택시 업계 반발에 가로막혀 2년 만에 철수했다.

일본·핀란드 등 승차 공유 서비스를 놓고 갈등하는 해외에서는 최근 들어 정부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출시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택시 업계의 갈등을 절충하는 법안과 규정을 내놓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우버 서비스를 합법화하며 택시업계엔 요금 자율화로 숨통을 틔워줬다. 일본에서는 카풀 운전자에게 요금 대신 기름값 등 실비를 주는 방식을 허용하는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은 하되,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가해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의 공생이 가능한 방법들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운수뿐만 아니라 숙박 공유도 막혀 있다.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한국 법인이 숙박 공유 서비스의 합법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의 호스트(집주인)와 이용 고객 등 10만 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합법화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또 길거리 서명운동에도 나선다. 여기서 수집한 서명은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가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는 숙박 공유 사업을 합법화해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군(郡) 단위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개인의 집이나 빈방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불법이다. 도시에서는 외국인 대상 숙박 공유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규제를 다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서명운동의 취지”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