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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창간 27주년 특집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1일(木)
“내년 경제 더 암울… 1등제품 차별화·벤처육성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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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근(왼쪽)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난 10월 24일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열린 대담에서 “정부가 대기업에 유턴기업 지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좀 더 화끈한 인센티브를 줘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미국, 일본 사례를 보면 제조업 스마트화 등 기술 발전이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촉진시킨다”고 분석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대담 /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사회 : 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수출 주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에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들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조선회사들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불과 몇몇 분야에서 불안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제조업을 다시 강하게 할 순 없는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전반적으로 녹슨 제조업 경쟁력을 다시 한번 회복할 순 없을까.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과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을 이날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만나 현 제조업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논의했다. 두 원장은 현재 우리 제조업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했고 조심스럽게 자신들만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원장과 장 원장은 북한의 비핵화 작업 진전을 전제로 뒀지만,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장기적으로 우리 제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사회는 유회경 문화일보 경제산업부 차장이 봤다.

△유회경 차장=제조업 르네상스를 논하기 위한 전제 작업으로 우리 경제와 제조업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듯하다.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견해가 강한 편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지상 원장=올해 들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활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설비투자는 최근 4개월 감소 추세다. 고용 역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2011년 이후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은 계속 약화됐다. 신성장동력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천이 잘 안 되고 있다. 외부 상황도 어둡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추세에 따라 신흥국들의 사정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또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탈퇴,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살해 등의 문제로 유가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 경쟁력 약화, 신성장동력 부재, 보호무역, 미국의 금리 상승, 유가 상승 등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에도 전망이 어둡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이동근 원장=2017년 2분기 이후 경기가 수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구성 요소를 보면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2.5% 정도 비교적 양호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4.7% 증가니 그런대로 괜찮다. 결정적으로 기업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생산 설비 투자가 감소하니 국민의 체감경기는 더 안 좋다. 기업 투자와 고용은 함께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은 지난 2월 이후 매월 10만 명 이하의 취업자 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물론 9월에는 4만5000명으로 다행이지만 말이다. 지난해에는 취업자 수가 32만 명 늘었는데 올해에는 10만 명대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전망은 더 안 좋다. 우리 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2.8%, 내년 2.6% 예상을 내놨다. 국내 경기도 좋지 않고 세계 경제 전망도 불투명하다.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는 외부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외부 요인에 의해 덩달아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 차장=경제 지표도 썩 좋지 않지만, 체감 경기는 더 안 좋은 것 같다. 왜 그런가.

△이 원장=반도체와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일종의 착시 현상 같은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수의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체 상태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에 더 상황이 좋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민 체감경기는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유 차장=평소에도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답답한 심정이었는데 두 분 말씀을 들으니 더 암울해진다. 이번에는 보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제조업의 현실을 점검해 봤으면 한다. 제조업의 위기라고 할 수 있나.

△장 원장=주력 제조업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 조선은 올해 구조조정이 거의 끝났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이 없어서 문제가 됐다기보다는 세계 경기가 안 좋은 탓이 컸다. 상당한 구조조정을 거쳤고 올해 들어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수주하고 있다. 하지만 1~2년 있어야 성과가 나오는 문제가 있다. 사실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는 중국과 관련이 많다. 전자제품, 휴대전화는 중국이 빨리 따라오자 급격히 위축되고 있고 정밀화학의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는 말하기 힘든데, 중국이 못하기 때문에 괜찮은 편이다. 그나마 반도체, 2차전지 등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 원장=제조업의 위기가 맞는다. 제조업 경쟁력과 관련해 주로 인용되는 것이 세계제조업경쟁력지수 순위다. 2016년까지는 독일, 일본, 미국, 한국, 중국 순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국이 3등으로 올라섰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정도 앞서고 나머지 품목은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했거나 혹은 경합 중이다. 10대 주력 산업을 보면 반도체는 비교적 잘하고 있고 석유화학도 괜찮은 편이다. 철강, 기계, 섬유 등은 중간 정도이고 조선이 가장 어렵다. 디스플레이 역시 중저가 분야에선 중국에 따라잡혔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47% 증가했는데 그것만 보고 우리 제조업이 괜찮다는 평가를 내리면 안 된다. 반도체를 빼면 수출 증가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중국에서 내년 말부터 D램을 대량 생산한다고 한다. 주로 로엔드 시장을 잠식하고 들어올 텐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격차를 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 차장=우리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가 가장 문제가 아닌가. 만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된다면 전후방 파급 효과와 고용 면에서 조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된다. 정부에서도 바로 오늘 일자리 창출 방안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짚어주셨으면 한다.

△장 원장=자동차, 가장 큰 문제다. 그간 현대기아차가 내수나 수출 면에서 압도적이었는데 최근 경쟁력이 다소 약화된 것 같다. GM은 외국에 수출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연명하는 수준이다. 르노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완성차 회사들은 부품회사들의 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그나마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부품회사들이 견딜 수 있었는데 지난 2016~2017년 물량이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1차 부품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있어 견딜 수 있지만, 2·3차 부품회사들은 거의 고사 직전이다. 여기에 미국의 232조 무역확장법 25% 관세를 맞게 되면 곧장 30만~40만 대가 줄어들게 된다.

△이 원장=그렇다. 자동차가 가장 큰 고민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30~40% 줄어들고 있으니 걱정이다. 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현대차 국내공장에서는 자동차를 한 대 생산하는 데 2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20시간 정도이고 체코 공장은 14시간이라고 한다. 도대체 경쟁이 될 수 없다.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제조회사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7~8%인데 현대차 인건비 비중은 12%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빨리 노동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노사 간 대타협을 해 노동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모든 국가가 자동차를 기간산업이라고 여기고 보호·육성하고 있다.

△유 차장=우리 제조업이 위기에 있으며,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원장님들의 비기를 부탁한다.

△장 원장=주력 제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벤처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 신산업이 경제 주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도 중국 요소가 중요하다. 이미 따라잡힌 품목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우리가 경쟁 우위를 지니는 품목에 대해선 차별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삼성전자 TV처럼 고부가가치 제품,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반도체, 2차전지, OLED 등에서는 아직 격차가 있는데 이 격차를 더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를 잘하기는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등 반도체 관련 전반적인 생태계를 강화해야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이 원장=첫째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기초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 세제 감면 등의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교과 과정을 개편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것이 늦다. 이는 정부에서 할 수밖에 없다. 창의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산업에 맞는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은 납품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중소기업은 빠르고 창의적으로 아이디어 사업화를 시도해 이를 대기업에 연결시켜야 한다. 그간 이분법적으로 너무 갈등이 부각됐는데, 앞으로는 협력하지 않으면 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 원장=중소기업이 잘 커야 고용과 소득 그리고 소비가 늘어 성장이 되는 것이다. 공정경제도 중소기업과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 관련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창업 육성을 위해 그동안 투자를 많이 했고 성과도 나는 것 같다. 문제는 기존 중소기업 혁신 역량을 어떻게 키우냐는 것이다. 중소기업 혁신 역량이 워낙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산·학·연 협업의 모범적인 사례다. 국책 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시제품 생산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 차장=남북한 화해 무드가 정착되면서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이 높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국제 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 경협이 우리 제조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장 원장=남북 경협이 이뤄지면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기회가 열린다고 본다. 물론 북한에 대한 투자 장애물이 극복돼 북한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단기적으로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 협력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또 하나는 북한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원장=남한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고 북한은 노동력과 토지, 자원을 갖고 있다. 이를 합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남북 경협이 잘 이뤄지면 내수시장이 7500만~8000만 명으로 갑자기 늘어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요소들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지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고품질 제품을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고 본다.

정리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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