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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2일(金)
“한반도 ‘뉴 이퀼리브리엄’ 국면…‘평화와 대립’ 갈림길에 섰다”
new equilibrium·새로운 평형관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조지프 윤 미 국무부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0월 24일 서울 중구 정동 인근의 거리를 걸으면서 “북한 비핵화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고 미국은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만큼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가운데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조지프 윤 美 국무부 前 대북정책 특별대표

6·12회담후 4개월간 긴장 줄어
美·北 관계 개선은 분명한 사실

北이 비핵화 의지 갖고 있다해도
전문가들 ‘10년은 걸린다’ 전망

CVID에서 ‘불가역’은 성립안돼
과학자들 머릿속을 지울순 없어

美, 北비핵화전 제재완화 않을것
文정부도 전면적 제재 완화 아닌
단계적 해제 동의를 요청하는 듯


슈퍼 파워 미국의 외교관으로 대북협상을 오랫동안 다뤄왔던 조지프 윤 미 국무부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마디로?”라고 반문하더니 이내 “싸우지 않으면서 해결책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상대방과 전쟁을 하지 않고 성숙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쉽게 나올 수 있지만, 그래서 역으로 실행이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외교가 쉽다면 분쟁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바로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고, 우리가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윤 전 대표는 현재의 미·북 협상 국면과 한반도 정세를 “새로운 평형관계, 뉴 이퀼리브리엄(new equilibrium)에 도달한 관계”라고 정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4개월여 기간에 북한에 의한 군사적 긴장은 줄고, 도발행위는 사라졌으며,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군사훈련이 줄어들거나 없어졌고 남북 간에도 적대행위 중지에 들어갔다. 또 한·미 간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밑그림도 완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 “잠재적 핵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뉴 이퀼리브리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완전한 긴장 해소로 나갈 수도 있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대립과 긴장으로 역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외교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서울을 방문한 윤 전 대표를 지난 10월 24일 문화일보 편집국 인터뷰룸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협상 전망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사라지고 평화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까.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후속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했다. 그런 면에서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정상회담은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 짓지는 않았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이 없고, 긴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미·북 간에는 작은 단계에 대한 말이 없다. 그래서 북한 비핵화는 짧은 시간에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북한도 지금의 새로운 이퀼리브리엄의 단계를 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 미국 정부와도 어느 정도 동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핵화 급진전은 없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1년 안에 비핵화는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세부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비핵화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복잡한 일을 1년 내에 완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세부협상에 들어가 협의를 하고 신고와 검증 및 사찰 등을 통해 비핵화 완료에 도달하려면 말이다. 핵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한이 동의하더라도 10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볼턴 보좌관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1년 내 비핵화 완료라는 타임 테이블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북한의 CVID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에서 사실 불가역적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에게 자신이 이룬 연구결과를 머릿속에서 모두 지우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테이블 아래에 몇 개의 핵무기를 숨길 수도 있다. 결국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100% 가동되기 전에는 CVID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핵을 포기하는 나라는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전 세계 핵개발 및 핵무기 보유 11개 국가 중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만 유일하게 핵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 조치를 취했음)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면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내외 환경은 바뀔 수 있다. 사례가 드물다고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하게 대북제재 해제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조는 프랑스와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다만 문 대통령도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한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제재 해제의 단계가 있고, 그 단계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이해한다. 작은 단계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밝힌 가운데 미·북 간에 실제 협상이 진행되면, 예를 들어 ‘미국이 석유수입량을 늘리게 해준다면, 북한은 무엇을 내놓을 수 있나’라고 주고받기식으로 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것에 도달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건설적인 결과물이 생겨난다.”

―미국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심각하게 여겼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은 명백하게 다르다. 두 사안을 같은 범주에 놓는 것은 상황에 대한 비약이고, 같은 이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가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것과 북한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의 경우는 느끼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오랜 기간 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 오래된 동맹의 협정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방어에 최선을 다했고,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 미국은 유럽을 겨냥한 소련의 위협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 미국이 북한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체감적인 위협 정도가 낮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이 본국 방어에 못지않게 한국 방어에 최선을 다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는 북한 체제 붕괴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최근 한국고등교육재단 강연회에서 북핵 해결 네 가지 옵션을 밝힌 적이 있다. 체제 붕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내가 당시에 언급한 첫 번째 옵션인 ‘강제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강제적으로 핵을 갖고 나오는 것’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즉 무력으로 북한에 들어가 무력으로 핵무기를 반출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그런 방안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즉 전쟁 상황이나 다를 바 없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과거 적대적 국가 정권교체 공작에 나선 적이 있지 않습니까.

“내 말을 잘 들어보라. 북한 내부에서 군사정변, 즉 쿠데타를 획책하거나 정권교체를 도모하는 것은 냉전시대의 방식이다. 우리는 지금 완전히 다른 시대, 21세기에 살고 있다. 냉전은 이미 끝났다. 지금의 시대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대립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같은 대립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나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쿠데타를 획책하는 것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쿠데타는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고, 미국도 그 같은 공작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깨어나면 한반도 통일이 가시화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알다시피 북한 정권은 외부 정보의 내부 유입을 통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결국 두 한국의 통일은, 양쪽 모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것은 한쪽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협상가들이고, 협상가들은 현실을 두고 협상한다(Deal with reality). 미래의 가정적 상황을 놓고 협상하지 않는다.”

―비핵화와 체제 개방은 북한 정권 붕괴로 이어지므로 북한은 핵포기를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핵개발을 준비해 왔고, 이후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현재를 무시하고 단기간에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핵무기 확보는 철저한 계획이나 이니셔티브에 따라 20~25년간 진행했던 국가적 사업이다. 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는 추론은 사고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체제 보장의 수단이라고 여기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적 이득이나 경제 활성화, 부유하고 나은 미래를 원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체제 보장이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이 미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을 담보 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핵무기 포기를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1960년대 후반부터 핵개발을 준비했다면, 왜 미국은 현재의 상황을 막지 못했나요.

“북한이 원자력 개발을 시작한 것이 1960년대라는 의미다. 1980년대 5㎿ 영변 원자로를 탐지했고, 핵물질인 플루토늄 재처리가 감지됐다. 미국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고, 1992년에 기본적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있었다. 그래서 좀 괜찮은 시기가 있었고 미국도 한국에서 핵무기를 철수했다. 북한도 핵개발을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개발에 나섰다. 그때부터 미국은 북한 핵무기 억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좀 다른 얘기인데, 폭스뉴스 평론가인 고든 창이 10월 초 “문 대통령은 아마도 간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왜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문 대통령을 북한의 간첩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글쎄, 미국 정부에 대북 매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누군가 이 같은 소리를 한다면 미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화제를 경제로 돌려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것이다. 미국 상품은 중국의 무거운 관세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미국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 부과에 나섰고,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에 들어갔다. 미·중은 2500억 달러 상당의 수출입품에 서로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그래서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사실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미·중 무역마찰은 오래된 얘기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부문은 물론이고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에 대해 엄청나게 민감하다. 중국은 정보기술(IT) 제품과 의료기기, 영상음성 제품 등에서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보호무역주의적인 투자구조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산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 자본을 중국 시장에 투자하려면 수많은 제약과 규제에 직면해야 한다.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손해를 보는 부분을 무릅쓰고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낸 것이다.”

―며칠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데이비드 스틸웰 예비역 공군 준장이 지명됐습니다. 군 출신 인사 기용을 놓고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외교관으로 오래 근무했던 입장에서 보면 외교에는 균형이란 것이 있다. 외교에서 균형은 외교관에 의해 움직였는데, 군에서도 균형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군 출신 인사의 기용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종의 외교기술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문외교관을 기용하는 비중이 높았으면 한다. 기술이라는 것은 협상을 하거나 관계를 형성할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은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해지면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일본은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한국, 일본 3국에 북한 비핵화는 최고의 외교적 과제다. 다른 목표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래서 3국은 비슷한 외교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핵보유를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물론 기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썬 그 상황을 쉽게 상상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전에는 일본이 핵무기를 갖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일본은 한국이 핵보유에 나설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지경까지 간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의미가 없게 된다. NPT 체제의 완전한 붕괴다. 미국의 외교 목표는 그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북한을 제어하는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문재인 정부의 대러시아 천연가스 수입과 남·북·중·러 철도 연결 구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천연가스를 수입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의 몇 단계를 뛰어넘는 비약적인 사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만큼 오래 걸리는 작업일 것이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사업이다.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북한 비핵화도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지 않은가.”

―남북관계 개선, 한·중 밀착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을 흔드는 요인 아닌가요.

“미국은 동아시아를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사실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에 특정된 사항이 아니라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상이다. 국제경쟁인 것이다. 미국은 단순히 동북아시아 한 곳만을 보면서 경계를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자말 카슈끄지 살해로 국제사회가 시끄러운데, 미국은 중동의 우방국가인 사우디 제재에 나설 수 있을까.

“사우디의 중요성은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중동의 메인 파트너인 사우디와의 관계에 트럼프 정부는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시리아, 예멘 등지에 있는 테러리스트 검거와 테러 활동 차단 및 통제에 매우 중요한 국가다. 카슈끄지가 물론 거대한 스캔들이지만, 중동에서의 사우디 역할과 맞바꿀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투명성에 해당하는 문제다. 외교적 파트너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국에 사우디가 중요한 국가라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외교관 생활을 회상해 본다면 어떻습니까.

“미국 국무부에서 33년 동안 외교관이란 직책을 즐기면서 근무했다. 직접 참여해 각종 협정을 만들면서 일종의 프로의식을 느꼈다고나 할까. 특히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나는 한국 담당 업무를 세 번 했다. 첫 번째는 1996∼2000년으로 알다시피 국제통화기금(IMF) 시기였다. 당시 YS(김영삼 대통령)에서 DJ(김대중 대통령)로의 정권교체기에 해당됐는데, 매우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그때 많은 DJ 내각 사람들과 일했는데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두 번째인 2005∼2009년에는 노무현-MB(이명박 대통령) 정권교체기였는데, 한국에서 정권교체가 왜 이뤄졌는지에 대해 미국에 상세한 설명과 보고를 해야 했다. 무척 중요하고 파워풀한 시기였다. 2016∼2018년에 다시 일했을 때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이자 트럼프 행정부 초기였다. 한국에서도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때도 한국과 미국의 강한 유대를 위해 중요한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 북핵 문제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내가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2017년 10월보다 2018년 10월에 남북관계가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문을 열어 밖이 어떤가를 보여주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큰 성과를 창출했다. 외교계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고립과 단절에서 끌고 나온 그 사실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책임도 만만치 않게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유지해서, 한국과 전 세계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올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평화와 공존의 결과물이다. 남북 화해의 목표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핵심 목표인 비핵화 달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

인터뷰 = 이제교 국제부장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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