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성장 이대로 고착화하면 ‘함께 못사는 나라’ 된다

경기 하강 국면이 이제 경제지표로도 잡히는 등 한국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 현실 인식은 안이하고 처방은 미덥지 못하다. 문 대통령의 1일 국회 예산안 제안 연설은 제조업 추락,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고조되는 위기감을 해소하고, 개선 방향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가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실패가 확인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정을 퍼부어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진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감상적 이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은 의미가 있다. 물론 책임을 과거에 떠넘기는 등의 인식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대통령은 ‘문재인’이고, 누구 탓이든 저성장을 시급히 극복해야 하는 주체도 문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경제 정책 잘못보다는 대외 요인의 불안을 짚었다. 미·중 경제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일하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국내의 반기업 분위기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투자하고, 지금 피땀을 흘린 결과다. 국내 정책은 과도한 ‘반(反)기업 친(親)노동’ 기조로 이런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규제 혁파는 여당이 발목을 잡고 있고, 노동시장 유연성 등 노동개혁은 기득권 노동단체들의 반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면 한국경제는 정체가 아니라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성장률이 높을 때 양극화는 개선됐고, 성장이 느려질 때 양극화는 심해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 정부가 위한다는 서민들부터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안은 과감한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분배에 치중했다. 세계가 한국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대목에선 딴 세상 얘기를 듣는 것 같다. 저성장 고착화는 최근 남미 국가들의 실패를 답습하는 일로서, ‘함께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못사는 나라’를 초래한다는 사실부터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