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 전국 확산… 내일 ‘학생의 날’ 집회

청소년단체 35곳 대책 촉구

지난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교실 창문에 ‘미투, 위드유(ME TOO, WITH YOU)’라는 대형 포스트잇 문구가 붙었다. 이 학교 졸업생 96명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일부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의 ‘미투’를 응원하는 일종의 ‘지지 선언’이었다. 이후 학생들이 붙인 포스트잇은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과 여성혐오를 세상에 고발하는 ‘스쿨 미투’의 출발점이자 상징물이 됐다.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2일 현재까지 전국 65개 초·중·고교에서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옛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 스쿨 미투에 대한 정부와 교육청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첫 ‘스쿨 미투’ 집회를 연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청페모),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등 청소년 단체 35곳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학생의 날 스쿨 미투 집회 :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공동 주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서는 스쿨 미투 공론화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직접 참가해 학내 성폭력 고발 실태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이들은 집회에서 △학내 구성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할 것 △학생들을 성별 이분법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하지 말 것 등 정부와 학교 등에 대한 5대 요구안을 발표한다. 집회 주최 측은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 ‘여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한다’는 발언 등 30개가 넘는 학교에서 스쿨 미투가 공론화됐지만, 일부 가해 교사만이 ‘꼬리 자르기식’ 징계를 받으며 흐지부지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국적인 스쿨 미투 실태조사 시행을 촉구하며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울시교육청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집회를 총괄한 양지혜 청페모 운영위원은 “스쿨 미투 이후 각 학교 학생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고발자 색출과 징계 협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며 “여성 청소년도 학교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스쿨 미투 집회를 개최한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