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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2일(金)
탈원전 청구서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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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검증없이 시작한 탈원전 정책
환경과 경제성에서 모두 후퇴
전기료 대폭 인상도 뒤따를 것

원전은 60년 積功의 국가자산
5년 임기 정권이 무너뜨리면
두고두고 책임론 피할 수 없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을 닮아가는 모습이다. 정의와 선의를 앞세워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예기치 않은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다소 급진적인 용어를 동원했지만, 요즘 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란 순화된 표현을 주로 쓴다. 탈원전의 ‘숨은 비용’과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의 난맥상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탈원전 공약은 밀실에서 이뤄졌다. 정교한 영향 분석이나 전문가 그룹의 검증 없이 환경론자들 몇몇이 뚝딱 만들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탈원전은 친환경인가. 문 정부 출범 후 1년간 온실가스 추정 배출량은 그 전 1년에 비해 7.9% 늘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비중을 줄인 대신 화력발전을 늘린 탓이다. 그린피스 창설자 패트릭 무어도 “원자력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지 않는 유일 에너지”라고 했다. 문 정부가 탈원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부터가 난센스다. 오히려 원전을 대신한다는 태양광·풍력은 산림·저수지 등 수려한 자연을 온통 헤집어놓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20년 수명이 지나면 골치 아픈 폐기물이 된다. 탈원전을 외쳤던 환경·시민단체 출신은 태양광 열풍 뒤에서 국고 지원금을 나눠 가졌다. ‘좌파 비즈니스’로 불리는 요지경이다.

원전을 없애고 태양광을 키우려는 정부 논리는 수시로 바뀌고, 때론 눈속임도 동원한다. 월성1호기를 두고 애초엔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더니, 정작 폐쇄를 결정할 땐 ‘경제성’을 이유로 들었다. 180도 달라진 시각이다. 그나마 2015년 90%대였던 월성1호기의 가동률을 대폭 축소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수조 원씩 흑자를 내던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 8000억 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했다. 원전 가동률 저하로 값싼 전력 구입 비중이 줄어든 외에 무슨 이유가 있는가. 태양광의 경제성을 부각하려고 설비투자 비용을 시장가격보다 낮춘 정황도 드러났다.

탈원전 이슈에서 전기요금은 특히 민감하다.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탈원전에도 2030년까지 전기요금은 10.9% 인상에 그칠 거라고 장담했다. 빤한 거짓말이다.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오른다. 독일도 2000년 이후 2배로 올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문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2017∼2030년 한전의 누적 전력 구입비는 146조 원 더 늘어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4대강 사업을 6번 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소는 평균 발전단가가 올해 kwh당 101.31원에서 2030년 258.97원으로 폭등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탈원전이 합당하다면 국민 부담 내역을 정확히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마땅하다. 불리한 내용이라고 숨기면 명분은 퇴색하고, 또 언젠가 탈이 나게 돼 있다.

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가 일자리를 늘린다지만, 보조금이 끊기면 사라지는 임시직과 다를 바 없다. 태양광·풍력 설비 시장은 국내 업체가 해외 기업에 밀리고 있다. 내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한 원전 생태계는 주저앉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3만9000명인 국내 원전 인력이 2030년에 가면 3만 명 이내로 줄어든다. 국내 신규 원전 설계가 끝나는 내년 이후 핵심 인재들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자력산업은 60년 적공(積功)으로 이룬 자랑할 만한 국가 자산이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중국의 차세대 원전사업에 투자할 만큼 성장성도 크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로봇, 무인차, 드론 등 전기 쓸 일이 훨씬 많아진다. 태양광 설비의 이용률은 15%, 풍력은 25% 안팎이다.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새만금 땅에 4GW급 신재생 설비를 세운다 해도 실효 발전량은 0.7GW에 그친다. 월성1호기를 그대로 두면 당장 해결되는데, 바보 게임이 따로 없다. 원전은 고도의 과학기술과 복잡한 변수가 얽힌 사업이다. 자칫 틀어지면 막대한 손실을 부른다. 5년 임기와 함께 끝날 일이 아니고, 허물은 두고두고 남는다. 책임론도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탈원전 1년이 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청구서가 속속 쌓여간다.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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