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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5일(月)
발전소를 ‘마드리드 명물’로… ‘문화’ 나누는 카이샤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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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샤포럼 바르셀로나, 로트렉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관람 중이다.

바르셀로나선 방적공장 재창조
미술등 전시프로그램 상시운영


요즘 모두 어려워진 경제사정 때문에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올해 4대 은행의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이 16조7000억 원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족히 2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연말에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성과급 파티를 열 것이다. 문득 이 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출범한 카이샤은행(Caixa Bank)이 떠올랐다. 사실 이 은행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호안 미로(Joan Miro·1893∼1983)가 심벌마크를 디자인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카자 에스파뇰(Caja Espanola)은행의 마크도 디자인했지만. 그 후 알게 된 것은 카이샤은행이 스페인의 7개 도시와 상파울루에 카이샤포럼(Caixaforum)이라는 문화센터를 설립해 미술전시, 영화 등의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문화를 매개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실 스페인 하면 마드리드에 프라도와 티센보르네미서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또 바르셀로나에는 국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 피카소, 미로미술관 등 문화예술 기관이 차고 넘치지만 카이샤포럼은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비영리전시 공간이다. 카이샤포럼은 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미술과 문화를 접하고 만끽할 수 있도록 계획된 공간이자 이런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운영하는 공간이다. 마드리드의 공간은 원래 발전소였던 건물을 스위스의 건축 듀오인 헤르조그&드 무롱(Herzog & de Meuron)이 개조했고, 외벽에는 프랑스의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1953∼)이 만든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이 있어 마드리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바르셀로나의 카이샤포럼은 오랫동안 방적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을 재생해 쓰고 있는 데 일본의 유명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磯崎新·1931∼)가 도입부를 설계해 공장이 아닌 매우 모던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외관만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 장식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다. 그 내용인즉슨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알차고 규모 있고 맥락 있는 전시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스페인에는 풍부한 문화와 전통이 있으며 벨라스케스(Velazquez), 고야(Goya) 같은 고전적인 화가부터 훌리오 곤살레스(Julio Gonzalez)를 비롯해 특히 바르셀로나는 호안 미로, 피카소(Picasso), 달리(Dali)라고 하는 20세기 현대미술을 주도한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러나 천재들이 그냥 나오는 법은 없는 법. 예사롭지 않은 문화 예술적 전통이 사회의 곳곳에 뿌려지고 자라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스페인은 이를 먼저 체득하고 실천에 옮겼고 카이샤은행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정서를 지닌 스페인의 예술적 정서는 이렇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문화적 자부심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공헌 사업이 가능한 것은 기업이나 은행의 선도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만 실은 기업의 이런 자발적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 가능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때문이다. 즉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 음악당을 직접 건립해서 운영하고, 프로그램에 재원을 투입하고, 여타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모든 경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때로는 다음 해로 이월해서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불간섭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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