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이례적 흥행… 왜 우리는 그런 음악영화 못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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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 맘마미아 등에 비해
한국작품은 흥행사례 많지않아
영화계“투자사 설득 어려울 것”

지난 주말, 추석 대목 이후 잠잠하던 극장가에 활기가 돌았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과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사진)가 주말 3일간 각각 117만 명, 52만 명을 모으며 쌍끌이 흥행을 일궜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등이 출연하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돈 ‘완벽한 타인’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에서 인지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은 이례적이다. 록밴드 퀸과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음악 영화’에 목마른 국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음악 영화는 충무로의 미개척 장르에 가깝다. 반면 외화의 경우 ‘라라랜드’(359만 명)를 비롯해 ‘레미제라블’(592만 명), ‘맘마미아’(457만 명) 등 뮤지컬 영화들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독립영화임에도 흥행에 성공한 ‘원스’(27만 명)와 ‘비긴 어게인’(343만 명) 역시 뮤지컬 형식은 아니었지만 영화 흥행 뿐만 아니라 OST까지 국내 음원 차트를 강타할 만큼 파급력이 컸다.

국내에서 음악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7월 래퍼를 꿈꾸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변산’을 선보였고, 과거에도 ‘라디오 스타’부터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까지 음악 3부작을 내놨다. ‘라디오 스타’는 박중훈이 부른 OST ‘비와 당신’까지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다른 작품들의 성과는 미미했다. 이 외에도 ‘파파로티’ ‘고고70’과 뮤지컬 영화 ‘구미호 가족’ ‘삼거리 극장’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투자배급사를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악 영화로 성공을 거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펀딩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재기발랄한 감독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라라랜드’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드러머의 이야기를 다룬 ‘위플래쉬’로 강렬한 전초전을 치렀다. ‘비긴 어게인’의 성공을 일군 존 카니 감독의 신인 시절 작품이 ‘원스’라는 것을 고려하면, 특정 감독이 일관성 있게 하나의 장르를 파고드는 것이 영화 시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배급사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유명 감독들의 과감한 도전도 필요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비롯해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새로운 시도였다. 국내에서도 이 정도 지명도를 가진 감독이 움직인다면 펀딩뿐만 아니라 스타급 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과속스캔들’ ‘써니’ 등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 정도가 음악 영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기작인 ‘스윙키즈’ 역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댄스단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며 “이런 영화의 성공을 기반으로 충무로에서도 보다 다양한 음악 영화가 제작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