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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7일(水)
北 인권 문제와 核 해법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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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북 공동성명에 빠진 北인권
비핵화 협상 지연 속 議題 부상
김정일 ‘人權=國權’ 타협 거부

외무성 ‘핵으로 인권 덮기’시도
美·미얀마 ‘인권-제재’협상선례
김정은 핵·인권 넘어야 正常國


북핵 폐기 협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북한 인권 문제가 대북 협상 어젠다로 부상할 조짐이다. 미국 국무부는 3일 북한의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북한 지도부에 인권 침해 책임을 지속적으로 물을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국무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입장을 새롭게 밝힌 것은 국제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서울에서 발표한 ‘북한의 성폭력 실태 보고서’가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중간선거 후 변화될 워싱턴의 기류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돼 있는 북한인권결의안도 다음 달 본회의에 올려진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매년 총회에서 통과됐는데, 올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슈다.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오토 웜비어를 잊었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비핵화 협상 기대감에 이내 잦아들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빠른 비핵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했다면, 핵 문제의 화급성을 이유로 인권 문제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렸을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권 문제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생겼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북 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때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언급했다”고 반박한 뒤 “미국은 북한의 지독한 인권 유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내년 초 2차 회담이 열리면 북한 인권 문제가 더 다뤄질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강도 높게 반발했다. 2001년 5월 방북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인권 대화를 요청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와 서방은 인권의 사회정치적 개념부터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제안은 수용했다. 그러면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에게 “인권은 국권”이라며 유럽 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이에 북 외무성은 “유럽이 인권 공세를 하면 핵실험과 같은 초강경 조치를 취해 핵으로 인권을 덮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의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나오는 내용이다. 핵실험을 해서라도 공세를 막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권은 체제 존엄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후 미·북 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신뢰 구축 조치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락사무소 개설 수준은 행정부 재량으로 할 수 있지만, 수교 및 대사 파견으로까지 미·북 관계가 진전되기 전에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북한이 인권 개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동의할 리 없다. 따라서 북한이 대미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지난 1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악랄한 책동”이라고 반발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는 지속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실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한 10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는 물론이고, 470건에 이르는 미국의 독자제재는 풀리기 어렵다. 안보리 제재 조항엔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문구가 있어 해제가 더 어렵다.

그러나 김정은이 최소한의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비핵화 협상 트랙과 별도로 관계 정상화 협상을 하면서 요덕 수용소 등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고 인권 개선 조치에 나서면 된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 단계적인 대북 제재 유예 조치를 유도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와 협상 때 정치범 석방 등을 조건으로 제재 해제 및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한 선례가 있다. 모든 문제는 김정은 의지에 달려 있다. 그간은 비핵화 의중만 내세우면 문재인 정부가 대변인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미국을 설득해왔지만, 이젠 진실의 순간에 도달하게 됐다. 핵도 인권도 쉽지 않은 문제지만 김정은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 의지가 있다면 이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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