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제1회 島山 안창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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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만큼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존경받는 지도자도 드물다. 도산은 근대화에 실패한 대한제국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던 19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재 양성과 국권 회복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리더십은 미국 사회,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한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산 선생은 1904년 로스앤젤레스(LA) 소도시 리버사이드에 ‘코리아타운의 효시’인 파차파 캠프를 건립했다. 이듬해 공립협회와 1906년 신민회를 잇달아 만들었고, 1913년 흥사단을 설립했다. 미주지역 독립운동 중심지 역할을 했던 파차파 캠프는 지난해 리버사이드 사적지로 지정됐고, 시청 앞 공원에는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LA 한인타운은 선생의 이름을 딴 우체국과 인터체인지, 광장도 유명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 우러나오는 곳이다.

도산 선생은 대한 독립과 민족 번영을 위해 전 생애를 바쳤지만, 특히 좌·우파로 분열된 독립운동을 통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하이(上海)임시정부 시절 국무총리 대리를 지냈던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특히 “남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미워하는 편협한 일을 아니 하면 화평이 있을 것”이라면서 “오직 자신만 옳다고 하기 때문에 당쟁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오는 9일 도산 선생의 탄생일을 맞아 미국 LA에서 ‘제1회 도산 안창호의 날’ 행사가 열린다. 캘리포니아주 상·하원 공동으로 추진돼온 기념일 제정 결의안이 지난 8월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과다. 결의안에는 도산 선생을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비교하며, 한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한인사회의 모범적인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을 기념일로 기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는 도산 탄신 140주년이자 서거 80주년이기도 하다. ‘도산의 날’을 맞아 선생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통일과 화합의 도산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공허한 말만 판치는 현실에서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라’는 그의 애기애타(愛己愛他) 정신이 시공을 뛰어넘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