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수사’ 중간 발표>‘용두사미’로 끝난 수사… 與가 시작하고 靑이 키워

- 수사 경과 어떻게

이철희 의원이 첫 문건 폭로
대통령 해외순방중 수사 지시

7일 민·군 합동수사단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관련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리는 데 그치면서 청와대가 앞장서 의혹을 키우고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해외 체류 기간 중 이례적으로 독립 수사단 구성을 지시하는 등 큰 관심을 드러냈었다. 청와대는 관련 문건을 공개해 사건이 더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후 기무사를 해편하고 요원들을 대거 원대 복귀시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인도 방문 중에 대통령 특별지시를 통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이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 일부를 공개한 지 닷새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같은 달 16일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계엄령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수사 중 자료 제출 지시에 대해 수사 개입 논란이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수사와 별도로 국군 통수권자로서 자료를 제출받는 것은 문제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군 당국이 제출한 문건 중 ‘대비 계획 세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사건에 대해 어떤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문건 공개를 통해 내란음모 의혹이 더 강하게 제기됐었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는 문건 공개 후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군대와 불법을 동원했던 12·12 쿠데타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2017년의 12·12 버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문건 공개 이후 “왜 이런 (계엄)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언급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령 문건의 성격과 작성·지시 주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이를 세월호 유족 사찰과 동일선상에 두고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기무사 해편을 지시하고 그 결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번 수사 결과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결국 기무사 해체를 위해 청와대가 앞장서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