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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8일(木)
脫원전·동성결혼도 ‘국민투표’… 포퓰리즘인가 民意 수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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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난 3월 11일 열린 탈원전 시위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24일 대만 지방선거때 동시투표

차이잉원 총통선거 당시 공약
거센 반발 부딪히자 투표 부쳐
유효기준 완화…10년만에 실시
대만명칭 사용·日농산물수입 등
10개案 시행여부 한꺼번에 물어


오는 24일 대만(臺灣)에서 만 10년 만에 실시되는 국민투표에 대만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것 외에 탈원전,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동성 결혼 허용 등 대만인들의 실생활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민감한 안건들이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대거 결정되기 때문이다.

8일 대만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 오는 24일 열리는 지방선거에 맞춰 2025년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전기사업법 조항 폐지 여부와 화력발전소 건설 금지 정책 폐기 여부, 국가 전체 발전량 중 지열발전소 발전량의 최소 1% 비중 유지 여부, 후쿠시마(福島)현 등에서 생산된 일본 농수산물 수입 금지조치 해제 여부, 동성 결혼의 허용 여부, 동성 커플의 사실혼 관계 허용 여부, 중등교육과정 성 평등 교육에서의 동성애 관련 교육 금지 여부,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 관련 교육 시행 여부, 국제스포츠 경기에서 ‘대만’ 명칭 사용 여부 등 모두 10가지 문항에 대한 국민투표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뿐 아니라 구체적 시행 여부까지 모두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형태다. 대만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으로 차이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며 한꺼번에 10가지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 역시 처음이다.

실생활에 연관된 개별 안건에 대한 세분화된 국민투표가 이뤄지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대만의 국민투표 실시 기준이 대폭 완화된 탓이다. 대만 입법원은 당시 국민투표에 대한 투표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면서 국민투표 실시 기준도 크게 낮췄다. 기존에는 총통선거 참가 유권자(20세 이상)의 0.1% 이상 서명을 받고 다시 전체 유권자(18세 이상) 5% 이상의 서명을 추가로 받아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총통선거 유권자 0.01%, 전체 유권자 1.5%의 서명만으로도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고 유효 기준도 전체 유권자 50% 투표에서 25% 투표로 완화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 민의(民意)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정치권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선거운동 당시 탈원전 및 동성혼 합법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차이 총통 집권 후 대만 대법원은 지난해 이성 간 결혼만 인정하는 민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반면 탈원전 정책은 추진 결과 거센 저항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 등의 추진에 다시 탄력을 받겠다는 여권과 아예 좌절시키겠다는 야권의 계산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진 결과 이례적인 국민투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헌, 분리독립 등 ‘거대 담론’을 국민투표 대상으로 여겨온 한국에서는 이번 대만 국민투표 안건들이 생소할 수 있지만, 실제 이 같은 유형의 국민투표는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오는 25일 자국 내 스키대회인 ‘투르 드 스키’ 개최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 스위스는 예산안 책정을 비롯해 음식물 유통경로 및 생산방식 등을 명시하는 ‘페어 푸드 이니셔티브’ 정책 시행 등을 국민투표에 부친다. 슬로베니아는 지난 3월 대규모 철도사업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 결과의 공정성 등을 놓고 의혹이 불거지자 미로 체라르 당시 총리가 사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생활 관련 국민투표 추진은 민의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지나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기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중리(吳重禮)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국민투표 기준이 대폭 완화됨에 따라 정당 또는 이해집단에 의해 국민투표제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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