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라건아 비결은… 훈련·먹성·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라건아(현대모비스)가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지난 1월 귀화 기자회견에서 미소 짓는 딸을 바라보는 라건아. KBL 제공

1월 귀화 … 현대모비스 복귀
선두 이끌면서 1R MVP 선정
리바운드 1위·득점 3위 ‘쌩쌩’

비시즌에도 훈련 거르지 않아
갈비·설렁탕 韓음식 즐겨먹어
“난 딸바보”함께 훈련장 오기도

라건아(29·현대모비스)의 ‘전성시대’다.

라건아는 8일까지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에서 경기당 평균 16.3리바운드로 1위, 25.7득점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2012년 국내무대에 데뷔한 이후 개인 최고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는 8승 2패로 1위를 순항하고 있다. 라건아가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유. 라건아는 또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미국 미주리대를 졸업하고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왔다. 현대모비스에서 3년, 삼성에서 3년을 보낸 뒤 다시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인 현대모비스로 돌아왔다. 지난 6시즌 동안 4차례나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고, 2014∼2015, 2016∼2017시즌엔 외국인선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라틀리프가 아닌 라건아다. 용인 라 씨의 시조. 올해 초 체육 인재 특별귀화를 통과, 한국인이 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출전했다.

라건아는 프로농구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강철체력이 매력 포인트. 키 199㎝, 몸무게 110㎏인 라건아는 거구지만 지칠 줄 모른다. 올 시즌 게임당 33분 41초 출전, 팀 내 1위다. 지구력이 좋으면 순발력이, 순발력이 뛰어나면 지구력이 상대적으로 처지기 마련이지만 라건아는 예외다. 지구력, 순발력을 겸비했다. 게다가 순간 스피드가 탁월하고 몸놀림이 날렵하다. 모든 체력적 요소를 빠짐없이 갖췄다. 그리고 불타는 투지를 뽐낸다. 라건아는 늘 저돌적이며 그래서 백만볼트 에너지, 멈추지 않는 탱크에 비유된다.

라건아는 파워와 회복능력을 타고났다. 그리고 끊임없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듬는다. 하루라도 운동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 스타일.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라건아는 예나 지금이나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팀에 합류할 때 몸을 100% 만들어온다”며 “미국 출신 KBL 선수 중 비시즌에도 체력을 다지는 건 라건아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팀 훈련도 늘 성실하게 참여한다. 유재학 감독, 가드이자 리더인 양동근과 함지훈 등 현대모비스 멤버들과의 인연이 4년째이기에 눈빛으로 소통한다. 유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전략에 이미 적응됐다.

‘먹성’도 강철체력의 밑거름. 미국 출신 중 한국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종종 있지만, 라건아는 한국음식 마니아다. 꺼리는 음식이 없는 ‘잡식성’. 라건아는 “갈비를 가장 좋아하지만 설렁탕과 라면도 즐겨 먹는다”면서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섭취하면서 영양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잘 먹으니 힘이 솟기 마련.

가장 큰 에너지원은 따로 있다. 2015년 한국에서 태어난 딸. 라건아가 귀화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역시 딸이다. 라건아는 “딸 레아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마약과 총이 없는 안전한 한국에서 자랄 것”이라며 “딸바보라는 말의 뜻을 잘 알고 있는데, 나 역시 딸바보”라고 말했다. 딸은 한국 나이로 4세. 한창 손이 많이 갈 시기. 라건아는 항상 딸 곁에 ‘대기’하고, 종종 훈련장에도 동반한다. 딸은 경기장에서 아빠를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열성팬. 그에겐 딸이 삶의 원동력이다.

귀화하면서 한국 생활이 안정돼 최근엔 차를 구입했고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 외식을 즐긴다. 고향인 미국엔 잠시 다녀올 뿐. 가족은 용인 모비스 훈련장 근처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라건아는 “한국에서 머물며 따뜻한 정에 매료됐다”면서 “내 터전은 한국이고 난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