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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文정부, 이념적 脫원전… 원자력을 ‘적폐’ 대상으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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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서울대 공학관에 설치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원자로인 가압경수로 계통 모형 앞에서 탈원전정책을 포함한 국내 원전의 현주소와 미래, 태양광 발전의 문제점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서 교수는 “장점이 많은 원자력이 막연한 불안감에 묻혀 버렸다”고 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180도 생각 다른 이들에 의해
‘울분의 장소’된 에너지 정책
1년도 안돼‘百年大計’뒤엎어
기술력·경제성 등 장점은 묻혀

英원전 우선협상자 지위 상실
국익에 反하는 일, 또 있을 것
내년 이후 기술인력 급감 우려

獨 脫원전은 30년간 여론수렴
‘1년도 안돼 결정’ 우리와 달라

原電 없인 전기료 인상 불가피
獨도 12년새에 2 ~ 3배로 올라


세계 원전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지만 탈(脫)원전을 선언한 국내 에너지 시장은 거꾸로 경쟁력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이 탈원전하면서 원전 전문가 그룹과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 “현 추세대로 해외 원전수출이 없다면 3만9000명에 달하는 원전 핵심인력이 2030년에는 2만6700명으로 감소할 것” (에너지경제연구원·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 보고서)이란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원전 인력의 해외 유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의 자존심이자 자랑거리인 신형 원전 모델 ‘APR 1400’ 역시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 우위의 대열에서 허무하게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탈원전이 과연 국내 현실, 이치, 상식에 맞고 제대로 방향이 설정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비등한 이유다.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교착상태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비핵화 검증·사찰 강도를 높이는 미국에 맞서 북한은 “오만한 자세다. 핵 개발 노선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 8일 예정됐던 미·북 간 고위급 회담도 전격 무산됐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가 접점을 못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력과 관련된 이러한 2개의 최대 현안은 동북아와 한반도를 둘러싼 미로 같은 복잡다단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해법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自問)을 요구한다. 문화일보가 서균렬(63)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원자핵공학과 겸임교수)를 만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2년 차를 맞아 문제점은 무엇인지, 부작용은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 또 북핵 폐기과정 전망에 대한 이 같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지난 1일 서울대 공학관 31동에서 인터뷰한 서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이념적이어서도, 정권에 휘둘려서도 안 되는 백년대계의 연속성을 지녀야 하는데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대외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산증인이다. 당연히 스승과 제자란 학연으로 얽혀 있는 원전 산업계 내부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에 관해서는 지속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때론 ‘배척’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평소 설파해온 자체 핵무장론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회색 콘크리트 속 연구실에서 그리 밝지 않은 스탠드 불빛에 의존해 오랜 시간 원자력 관련 원서를 들여다보다 취재진을 만난 서 교수는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낮지만 묵직한 음성으로 양대 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풀어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6월 19일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 가동을 멈추면서 탈핵 정책으로 전환했다. 배경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승만 대통령부터 시작해 박정희 대통령의 ‘한강의 기적’ 과정에 이르기까지 원자력은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문제는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전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할까.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처도 약간 미흡했다. 언젠가 우리도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그런데도 쉬쉬하면서 가는 건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에는 부족한 대안이란 생각이 각인된 것이다. 친환경론자,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봤을 것이고 영화 ‘판도라’까지 겹치면서 선거전략으로 채택됐다. 원자력이 적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원자력계 스스로 운영 및 국민 홍보과정에서 잘못한 점도 많다. 기술, 자본, 에너지 자립도 측면에서 굉장히 저렴한 원자력의 장점이 막연한 불안감에 묻혀 버렸다.”

―탈핵 2년 차인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란 방향 설정이 바르다고 보나.

“이념적 취지가 배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탈원전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낮추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중장기 에너지 전환정책이란 점에서는 감(減)원전이 맞는다. 탈원전은 독일처럼 완전히 제로(0)가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앞으로 최소 60년 발전을 하기로 했다. 정부가 바뀌면 그 기조 역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쉽게 말해 2100년쯤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탈원전이라고 이념적으로 선언해 버린 것이다. 애석한 것은 그러지 않았으면,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 등 원전 수출에 차질을 빚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속도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인가.

“에너지 자체에 정책이 개입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정권에 좌지우지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 자체가 지속성을 지녀야 하고 국민 공감과 연관돼야 한다. 독일만 해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어느 한순간 결단을 내린 게 아니고 30년 가까이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쳤다. 지난해 진행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지속 여부는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도 아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탈원전을 정치적·국내적·대외적으로 선언해 버렸는데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인데.

“민주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국익(國益)에 반하는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또 발생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원전을 지속할 것이냐를 묻는 게 아니었지 않나. 그런데 종합하니 마치 탈원전을 하겠다는 메시지, 의견이 아니냐 해서 근거가 돼 버린 셈이다. 난 공론화라고 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책임회피용이라고 할까.”

―2040년까지 중장기 국내 에너지 수급 계획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25~40%로 늘릴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로드맵은 제대로 돼 있다고 보는가. 또 대체에너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나.

“지금까지 효율성, 경제성만 따져 에너지를 추구한 점에서 보면 환경,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큰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 탄소 저감, 이상기후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걱정해야 한다면 저감정책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정부가 탈원전·탈석탄을 선언했는데 지적했다시피 60년 후의 일이다. 정부가 최소 12번가량 바뀌고 정책 기조 역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데 선언 자체는 잘못됐다. 탈석탄도 엄밀히 말해 석탄발전소가 늘고 있고 마지막에도 늘게 돼 있는 구조를 보면 이치상 맞지 않는다. 앞으로 태양광, 풍력을 주종으로 한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할 텐데 아직은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발전량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에너지 기본 계획을 보면 알겠지만, 최소한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사용 안 해도 될 만큼 수요를 낮게 예측한 것 자체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출발점이 잘못됐다.”

▲  핵무기 제작을 공부하기도 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사실상 9번째 핵보유국인 북한의 현황과 인도, 파키스탄 등 핵보유국의 사례를 볼 때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가 잠재적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줄줄이 차질 아닌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북한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러시아 송유관의 LNG에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LNG 역시 석탄 못지않게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특히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다. 결국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하다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키는 LNG를 선택하는 우(愚)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이 신재생에너지를 써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력망이 유럽 곳곳에 연결돼 있어 비상상황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탈원전을 택한 독일도 현재 문제가 심각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탄소 저감을 위해 원전을 포기하기로 했는데 석탄, 그중에서 질이 가장 나쁜 갈탄을 쓰게 된 결과다.”

―탈원전에 따른 요금 부담 전망은.

“앞으로 2~3년은 잡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이다. 독일도 12년 사이 2~3배로 오르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10~13% 인상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2배 이상으로 오를 것이다. 다음 정부 때는 3배 가까이도 예상된다. 그러한 일을 되돌리려면 원전으로 회귀해야 한다. 그러면 전력요금 인상 폭을 50% 선에서 억제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독일처럼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비해 투자를 준비 중이던 원전 시설·부품 관련 강소·영세·벤처기업의 상당수가 폐업하는 등 고사 상태다. 아랍에미리트(UAE) 등지로 유출된 원전 인력이 지금은 20~30명 수준인데 앞으로 중국, 러시아, 인도행까지 가세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다. 잡을 수도 없다. 고급 기술자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부터는 더 가시화될 것이다. 후진, 후배 양성 문제도 심각하다. 카이스트의 경우 지원자가 0명이었다.”(서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공기업 분야의 동요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로부터 받은 ‘원전 인력 퇴직자 현황’을 보면 3개 공기업에서만 지난해 120명이 자발적으로 퇴직했고 올해도 85명이 회사를 떠났다. 서 교수는 “지금은 신규 원전 5기를 짓는 게 있어서 그렇지, 내년부터 신규 원전 설계 업무가 대부분 끝나면 인력 대탈출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새만금에 10조 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을 하기로 했다.

“설비용량은 원전으로 하면 3~4기 정도다. 그러나 이용률은 최대한 설정해도 15% 정도다. 새만금의 일조량이 풍부하지 않은 데다, 밤이 되고 비가 오면 당연히 이용률이 떨어진다. 새만금에 10조 원을 투입한다는데, 지금 원전 1기 건설비용은 최대한 들여도 5조 원이면 넉넉하다. 특히 새만금의 태양광 패널은 20년 후면 다 버려야 한다. 그 막대한 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연료보다 부피로 치면 몇 백 배에 달한다. 태양광을 한다며 마구잡이로 산림을 훼손하고 산사태도 일으키고 있다. 원전 건설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 아직 입증되지도 않은 미완의 기술에 투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2030년이면 기적적으로 태양광 기술이 크게 진보할 수도 있겠지만, 친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나처럼) 기술자가 보는 것은 크게 다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원전은 앞으로도 기술 발전으로 처리비용이 더 싸질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신형경수로 설계에 대한 표준설계승인서를 받았다. 미국이 아닌 나라가 설계인가를 받은 것은 우리나라 신형경수로가 처음이다. 그런데 우리는 버린다. 결론적으로, 저속하게 표현한다면 ‘묻지 마 탈원전’이 벌어지고 있다.”(서 교수는 이 대목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 수립한 에너지 정책이 만약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수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행한 것은 그러면서 정책이 다시 뒤죽박죽되고 국민 혈세 낭비를 초래하며 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태양광 발전을 마치 구세주처럼 떠받들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처럼 광활한 부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토지 비용이 비싼 상황에서 균등한 발전단가를 적용해 정답처럼 간주하는 것은 쓰디쓴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에너지 정책은 쉽게 공약에 담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가.

“그렇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울분의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동떨어진 게 아니라 같은 궤도, 폭을 맞춰 가야 한다. 정부가 참모들 의견만 듣고 2030년이 되면 태양광이 훨씬 더 싸진다고 하는데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LNG는 에너지 수급의 대안이 되기엔 문제가 있 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우리처럼 분단, 대립 국가에선 분쟁, 전쟁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므로 비축분이 있어야 한다. 유류는 3개월이지만, 원전은 최소한 5년이다.”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면.

“고육책이겠지만 태양열보다는 태양광, 그리고 풍력 순이다. 풍력도 육상이나 해상 두 가지인데 각각의 문제를 안고 있다. 풍력 날개 하나가 100m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제작도 하지 못한다. 결국 중국, 독일 회사의 배를 불리는 결과만 초래한다. 해상도 송배전 문제가 따른다. 고압으로 해서 직류로 옮기는 게 좋은데 이 과정에서 잃는 게 많다. 발전단가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손꼽히는 원자력 전문가인 만큼 원전에 관해 하고 싶은 얘기는 끝이 없을 듯싶었다. 화제를 북한 비핵화 문제로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20년까지 불가역적(不可逆的)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반면 서 교수는 2년 반 내 비핵화가 가능한 수준을 ‘5개가량의 폐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지. 북한의 자세에 진정성은 있어 보이나.

“나는 4·27 판문점 선언, 6·12 미·북 정상회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이전부터 애초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해 왔다. 아주 애매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외교적 표현, 수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북한 땅에 만들어진, 앞으로 만들어질 핵무기를 없애는 거다. 북한은 그 얘기는 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만 거론하지 않나.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데 북한은 남한 어딘가 미국의 핵무기가 남아 있다는 논리만 전개한다.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해서 미군이 주둔할 명분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듯싶다. 북한은 지난해 6차 핵실험 때 금지된 ‘빨간 선’을 넘어가 버렸다. 우리나라는 애써 히로시마(廣島) 투하 핵폭탄의 5배라고 하는데 미국은 25배로 보고 있다. 히로시마의 10배 규모만 해도 서울은 초토화된다. 이런 나라에 핵무기를 다 없애라는데 가능하겠나. 리비아가 ‘도롱뇽’이면 북한은 ‘공룡’이다. 핵무기는 잘하면 다 빼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도 실험실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라늄 농축시설이 우리가 아는 4000개가 아니고, 미국이 걱정하는 1만 개 수준이라면 핵·미사일 보유량은 60기일 수도 있다. 평균으로 보면 50기다. 이 정도라면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에서 알 수 있듯 세계 어느 나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인가.

“현실을 봐야 한다. 비핵화는 이제 안 된다. 개수가 너무 많다. 그 정도면 가히 ‘연탄 찍기’ 수준이다. 지하에서 찍으면 되는데 어떻게 막겠나. 그래서 어렵다. 비핵화를 해도 북한이 10%인 5기 정도 없애거나 반출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은 특히 양질의 우라늄 연료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2000만t이라고 하는데 절반인 1000만t이라고 해도 OECD를 합친 것의 3배나 된다. 50기를 다 없애더라도 3주면 금방 만들 수 있다. 1만 명에 달하는 북한의 핵 개발 인력을 한꺼번에 없애지 않는 한, 농축 및 재처리 경험이 살아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뇌’가 존재한다. 그래서 비핵화는 어렵다. 사실상 9번째 핵보유국인 북한이 더는 찍지 못하게 뭔가 포기하게 해야 하는데 미국의 핵우산을 기대할 수 있는 한·미 동맹은 쉬쉬하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 교수는 한쪽은 핵을 지녔지만 다른 쪽은 갖지 않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했다. 그런 위험한 상황인데 유일하게 태평한 것도 신기하다고 질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핵무기 제작을 공부한 그가 떠올리는 ‘비책’이 궁금했다. 그는 2011년부터 자체 핵무장을 주장해 왔다. 서 교수는 “북한이 설령 핵무기를 쓴다면 서울까지 1분 30초면 도달하고 1분 안에 모두 대피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며 “공중요격을 한다 해도 진짜 핵무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핵방어 차원의 민방위 훈련을 해야 하는데 예산도 많이 드니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억제력을 갖춰야 하며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팎에 명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5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6개월만 연구하면 수소 폭탄급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도 1조 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비핵화와 관련된 상황을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앞좌석에 앉아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뒷좌석에 있는데 흐름대로 간다면 문 대통령은 조금 있다가 갓길에 내려야 할지 모른다”며 “북한은 위협적인 존재라 미·북 양자 구도가 진행되고 나중에 미군마저 철수하면 5~10년 후쯤이면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우리가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의 평화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서 교수의 안색이 밝지 않았다.

인터뷰 = 이민종 사회부 부장 horizon@munhwa.com
정리 =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mail 이민종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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