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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초임연봉 4000만원대 정규직 1만명 고용효과…지역경제 활성화
현대차 투자 ‘적정임금·적정노동’ 막바지 협상… 勞 반대 걸림돌 9협상 타결 전망 10 타지역 영향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지난 6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관계자들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현대차 노조의 협조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6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로에 선 ‘광주형 일자리’

4년전 민선 6기 윤장현 시장
선거공약 내세우며 수면위로
“적정임금·이윤으로 경쟁력을”

여야정 국정협의체 첫 회의서
성공적 정착 초당적 지원 합의
산업 낙후지 일자리 해결 대안

현대차 노조는 결사저지 방침
“공급과잉에 車업계 붕괴할것
다른지역 고용감소 풍선효과”

광주시 “2~3개 안건놓고 이견”
주내 매듭 불발…내주 협상연장
30일 예산심사 종료…시간촉박


2014년 민선 6기 선거공약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던 ‘광주형 일자리’가 4년여 만에 성사될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적정임금, 적정 노동 시간 등을 핵심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기반의 첫 사업인 ‘현대차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투자유치’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기’라는 인식은 광주시·노동계· 현대차 모두 비슷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2∼3가지 쟁점 때문에 산고가 길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투자유치추진단 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8일 현대차와 협상을 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고, 다음 주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당초 이번 주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광주시 계획이 틀어지면서 사업 차질 우려도 나온다. 우선, 며칠 안에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이미 국회 심사가 시작된 내년도 예산안에 ‘광주형 일자리’ 관련 사업비 반영이 어려워진다. 또 현대차 노조가 총력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일자리 창출의 새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광주형 일자리’의 탄생 배경, 추진 과정 등을 짚어봤다.

1. 광주형 일자리란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는 상생 협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노사 간 협의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행정(지방자치단체)이 참여해 노사민정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특징을 지닌다. 독일 등 해외에서는 유사 사례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과제는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 경영 △ 원·하청 관계 개선 등 4가지로 요약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들지만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일자리를 나눠주는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청 업체의 기술개발·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노동자 대표를 경영에 참여시킴으로써 불량률 저하, 투명성 제고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노사민정 합의로 구축되는 ‘광주형 일자리’는 투자 위축, 고용 절벽, 청년 실업 등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 탄생 배경

‘광주형 일자리’는 2014년 윤장현 민선 6기 광주시장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시 윤 전 시장은 “한국 사회가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사회적 격차와 제조업 경쟁력 저하가 있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생각했다”며 “적정 임금으로 고용을 유지시키고 적정 이윤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틀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개념은 초기에는 아이디어 수준이었지만 조사·연구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틀을 잡았다. ‘광주형 일자리’ 도입은 산업적으로 낙후된 광주에서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에만 20∼30대 청년 5400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도 광주가 대도시 중 최하위권이다. 최근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광주상공회의소, 노인회광주시연합회, 직업계 고교 교장단 등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낸 배경에는 그런 ‘절박감’이 자리 잡고 있다.

3. 왜 현대차 공장인가

광주시는 애초 ‘광주형 일자리’를 처음 적용할 사업으로 국책사업인 ‘친환경 자동차 및 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선정했다. 3030억 원 투자 규모의 이 사업은 2016년 7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시는 완성차 및 부품 기업 전용 단지 조성, 기술개발 센터 및 기업 지원시설 건립 등을 골자로 한 이 사업을 빛그린산업단지(406만8000㎡) 일대에 추진해왔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취약한 산업구조를 극복하고 청년 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완성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다. 시는 지난 3월 7일 광주노사민정협의회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실현을 위한 공동결의문’을 채택할 수 있도록 주도했다. 마침내 민선 6기 말인 지난 6월 1일 현대차는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를 믿고 완성차 공장 설립을 위한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의향을 시에 밝혔다.

4. 합작법인은 어떤 형태

광주시는 현대차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2년까지 빛그린산단 62만8000㎡ 부지에 연간 10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세운다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시의 구상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는 7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2800억 원은 참여자 투자로, 나머지 4200억 원은 금융권 차입으로 마련한다. 참여자 투자 몫인 2800억 원 가운데 590억 원(21%)은 광주시가 우회 투자해 최대 주주로 나선다. 현대차는 530억 원(19%)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다. 시는 나머지 1676억 원(60%)의 경우 현대차 부품기업 등으로부터 지분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 명, 간접고용(부품기업 등)까지 더하면 1만∼1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광주시는 완성차 공장에서 1000㏄ 미만 경형 SUV를 수년간 생산한 뒤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는 방안을 현대차와 협의 중이다.


5. 임금수준은

현대차 완성차 공장에 근무할 근로자의 평균 초임 연봉은 주 44시간(주 5일 하루 8시간+월 2회 특근) 기준 3500만 원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평균 9213만 원(2016년 기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다만, 구체적인 임금체계 및 수준은 앞으로 출범할 합작법인이 경영수지 분석 등 연구 용역을 거쳐 결정한다. 현대차와의 협상을 주도해온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국비와 시비를 매칭해 지원하는 ‘중견기업 고용 장려금’을 합치면 평균 초임 연봉이 4000만 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복지 프로그램은 빛그린산단 인근에 주택을 지어 값싸게 공급하고 공동어린이집, 문화체육시설 등도 건립해 육아와 여가생활을 돕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시는 앞서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주형 일자리’의 적정 평균 임금을 연 4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6. 정부지원 이유와 향후 역할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는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방침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돼 있다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실적인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광주형 일자리’라는 인식이 각 부처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광주시와 현대차의 합작법인이 설립될 경우 시의 지분투자를 위한 투·융자 심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관련 5개 인프라 총 사업비 2912억 원 중 90%가량을 국비로 지원한다. 5개 인프라는 최근 국비 50억 원이 확보된 빛그린산단 개방형 체육관을 비롯해 △행복·임대주택 1100호 건립 △빛그린산단 진입도로 개설△노사 동반성장지원센터 건립 등이다.

7. 노동계 참여 우여곡절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해선 노동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패러다임의 전제 조건이 노사 상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사민정 대타협의 핵심축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9월 19일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차의 투자 유치 과정과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게 주요 이유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처음부터 ‘광주형 일자리’에 불참한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 불참을 선언하자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돌았다. 그러나 10월 말부터 시와 노동계,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원탁회의가 3차례 열리면서 노동계의 신뢰는 회복됐다. 원탁회의 해산 후 양측 인사와 전문가 등 8인으로 구성된 투자유치추진단이 현대차와의 본협상을 위한 이견 조율을 하고 있으며, 7일 오후에 2차 회의를 가졌다.

8. 현대차 노조 반대 이유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끝까지 저지하겠다. 현대차가 관련 협약을 할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국내 자동차 생산이 공급과잉 상태인데 ‘광주형 일자리’를 통한 자동차 10만 대 추가 생산은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로 자동차 10만 대를 추가 생산한다면 당장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국내 다른 자동차 기업과의 생산량 나눠먹기에 불과해 결국 다른 지역의 자동차 공장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반값으로, 지역 간 저임금 하향 평준화 경쟁에 기름을 붓는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와 국민의 임금 소득을 증대시켜 사회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해소시키자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9. 협상 타결 전망

광주시는 투자유치추진단에서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8일 현대차와 협상을 벌였으나 2∼3건의 안건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에 현대차와의 협상까지 마무리한다는 시의 계획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이병훈 부시장은 “이날 협상에서는 서로 더 검토할 사항이 있어 성과를 보지 못했다”며 “광주시가 이번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더는 길이 없으므로 다음 주까지 협상을 연장해 반드시 매듭지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앞서 지난 6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견을 보이는 2∼3개 안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사정을 양해해 달라”며 “현대차는 현대차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오는 30일 마무리되는 국회 예산 심사 일정을 감안하면 ‘광주형 일자리’ 관련 예산을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10. 타지역 영향은

‘광주형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 투자유치사업’이 성공할 경우 이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생산 대전환기에 놓인 한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한 뒤 “광주 외 다른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생산모델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을 해보겠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가 거론한 지역은 경남 거제, 전북 군산, 울산 등으로 추정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가사화되면 ‘경남형 일자리’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일 울산 현대차 노조를 방문한 광주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 모델이 구축되면 기업의 해외자본유출을 막고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국내 일자리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 울산 = 곽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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