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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스코어 속이지 않은 것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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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으로 피어난 여인 파란 잔디에 물들어 온통 꽃을 이고 있는 여인은 골프에 빠진 너구나! 얼마나 골프가 좋았으면…. 2018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딸의 OB가 난 공을 발로 차 인바운드 지역으로 보냈던 ‘양심불량’ 모친이 화제다. 이성적인 시각으로 보면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기에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다. 감성적 시각으로 보면 엄마가 얼마나 절실했으면 룰까지 어겼을까 싶다. 골프에서는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속임수가 참 많을 수 있다. 아니 모를 수도 있지만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속임수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간절한 욕망과 조급한 성적 올리기에서 기인한다. 프로대회 및 공식대회가 아니라면 룰과 에티켓에서 좀 유연할 필요가 있다. 골프만큼 엄격하고 복잡한 룰은 그만큼 속임수를 쓰는 골퍼를 양산해 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내년부터는 골프 룰이 많이 단순해지고 상식적인 선에서 개정된다.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 나를 칭찬하는 것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골프보다 자연이 더 좋아 골프장을 찾는 지인 A는 늘 시 한 편을 써 골프장에 온다. 골프장에 나오기 전 계절과 그날 날씨에 맞는 시를 가져와 우리에게 읽어준다. 시를 읽으면 미스샷도, 수많은 룰도 스트레스 대상이 되지 않는단다. 그저 골프의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많은 규칙과 방침을 모두 없애고 단 하나의 규칙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을 활용하라’만 남기고 실천했다. 기업의 다양한 규칙과 방침을 모두 없애자 직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활동적이며 자신감 있게 업무를 수행했다.

얼마 전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찍은 가을 풍경 사진에 가을 시를 써 골프장 벽에다 붙였다. 많은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잠시 발길을 멈출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성적 욕심을 내려놓고, 골프장에서 시 한 편 읽는 것만으로 행복해지지 않을까.

가을 愛(이종현 작)

계절 내내 버텨내던 무게를 내려놓습니다. / 떨어지는 것들이 어깨에 와 닿을 때 바라본 가을 하늘은 / 아주 선명한 자국으로 할퀴어져 있습니다. / 뜨거웠던 여름의 끝, 지는 나뭇잎은 / 색도, 무게도, 삶도 각기 달랐습니다. / 툭툭 불거진 힘줄로 겨우 이겨 낸 여름은 / 이제 마른 잎, 몇 가닥에 남은 혈관 속에서 / 겨우 숨을 쉴 뿐입니다. / “고단했지만 선명한 삶이었다…”는 말 다 / 끝내지 못하고, 몇 가닥 호흡, 찍어 내리며 / 일제히 땅으로 내려앉습니다./ 하지만 이별은 늘 익숙하지 못해 / 한참 동안 서성거리며 바스락거려봅니다. / 내가 죽어야 또 내가 살 수 있기에 / 또 한 줄의 나이테 하나 끌어안으며.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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