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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Fifty+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전국대회 賞 휩쓴 ‘은빛 하모니’… “팬클럽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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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연령 72세인 춘천가톨릭신용협동조합 청춘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5일 송경애 씨의 지휘에 맞춰 정기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춘천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

단원 47명… 평균나이 72세
오디션 거쳐 입단한 실력파

국내외 대회서 11차례 수상
“2013년 大賞 가장 기억남아
다 늙어서 울고 뛰며 춤췄죠”

軍·교도소 위문공연 다니며
내년 4월 정기공연 연습까지
‘까르르’ 웃음꽃 속 화음 맞춰

“형님·누님 하며 터놓고 지내
함께 노래하는 것만으로 행복”


‘까르르, 하하하~’

나뭇잎 굴러가는 소리에도 웃음을 터뜨린다는 시기, 청춘(靑春). 사전적으로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친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인 정의일 뿐, 세월을 초월해 10대와 같은 웃음을 간직하고 있는 ‘칠십청춘(七十靑春)’들을 만났다. 춘천가톨릭신용협동조합 청춘합창단(이하 청춘합창단) 단원들이 주인공이다.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춘천가톨릭신용협동조합 건물 2층 연습실에서 만난 청춘합창단원들은 사소한 얘기에도 연신 ‘까르르’ 웃어가며 안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세월이 내려앉은 백발의 머리는 감출 수 없었지만, 웃음소리만 듣는다면 합창단의 이름이 왜 청춘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춘천가톨릭신협 청춘합창단은 2011년 11월 2일에 창단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노래를 좋아하는 지역의 55세 이상이면 오디션을 통해 입단할 수 있다. 현재 단원은 남성 16명, 여성 31명 등 총 47명으로 구성됐다. 평균연령은 72세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축이다. 하지만 노래 실력만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2013년 국립합창단 주최 전국 골든에이지합창대회 대상과 부산국제합창제 실버 부문 금상, 제18회 대통령상 전국합창경연대회 실버 부문 금상, 제9회 세계합창경연대회 시니어 부문 은상 등 국내외 각종 합창대회에서 11회 수상을 한 실력파들이다.

이날 연습 시작에 앞서 단원들은 트럼펫 연주에 맞춰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주가 끝날 때마다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합창단 리더인 송경애 지휘자의 인솔에 따라 곧 연습을 시작했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자리한 단원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하지만 곧 지휘자의 지적이 이어진다.

“몸짓은 봐야 하고, 소리는 들어야 합니다. 음악은 쉬는 게 포함돼요”라며 가사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단원들이 “손잡고 걷는 산책~길 ♬…” 이란 가사를 부르자, 송 지휘자는 “아니죠. 가사 전달을 정확히 해야 해요”라며 노래를 끊었다. 이어 “감정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부인과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라고 주의를 주자 대뜸 이런 대답이 이어졌다.

“여기 신부님도 계시는데요?(하하하)”

연신 킥킥대며 웃어대는 단원들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될 때쯤, 송 지휘자가 다시 분위기를 다 잡는다.

“지금은 부인이 무섭죠? 지금이 아니라 결혼 전 연애할 때를 생각하면서 감정을 살리세요. 알았죠?”

청춘합창단은 내년 4월에 있을 정기공연을 위해 지금 연습이 한창이다. 또 시니어 합창페스티벌과 지역의 축제 등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공연을 다니며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단원들은 2013년 국립합창단 주최 골든에이지합창대회 대상 수상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꼽았다. 이 대회는 전국 8개 지역에서 예선을 거친 팀만 참가할 수 있는 합창제다. 처음 참가하는 대회였던 이유도 있지만, 힘든 과정을 거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대상을 받기까지의 경험이 합창단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고 단원들은 믿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며 얼마나 힘들었던지 “당시에는 지휘자가 정말 무서웠다”고 고백하는 단원도 있었다. 단원들은 합창대회 시상식에서 동상, 은상, 금상이 발표될 때까지 자신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떨어진 줄 알았다고 했다. 실버합창단에게는 어려운 다양한 율동과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이 있어 내심 동상 정도는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가 낙심으로 바뀌려는 순간, 대상 수상자로 청춘합창단이 호명되자 그야말로 ‘환호의 도가니’였다고 회상했다. 그 자리에서 울고 뛰며 춤을 췄던 당시를 생생하게 설명하는 칠순 단원의 모습에는 천진난만함마저 느껴졌다.

2011년 합창단 창단에 앞장섰던 임홍지(76) 신부는 “대상으로 청춘합창단 이름이 불릴 때 너무 좋았다. 나이 들어도 같이 모여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며 “합창단 연습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가톨릭신용협동조합이라서 이름 앞에 ‘가톨릭’이라는 명칭이 붙었을 뿐, 불교, 기독교 등 종교와 상관없는 순수한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찬(71) 씨는 “지금 단원의 80~90%가 창단 당시부터 활동하고 있어 단원 간에 정이 많이 들었다”며 “자연스럽게 나이 많은 분들을 누님,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지긋한 분들이 연습을 위해 나올 때면 가장 이쁜 옷만 골라 입고 나오는 것 같다. 이런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활력소”라고 덧붙였다.

평균연령 70세가 넘은 청춘합창단의 일정은 생각보다 빡빡했다. 정기연습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12시까지 진행하며 합창대회와 정기공연을 준비한다. 또 양로원이나 군부대, 교도소 위문공연을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더 자주 모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가 많을 정도로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에 푹 빠져 있다.

김길남(여·72) 씨는 “합창단 활동을 하면 무료함을 느낄 시간이 없어 좋다. 함께 노래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합창단 최고령인 민경자(여·82) 씨는 “나도 노인이지만 양로원 위문 공연을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윤명임(여·66) 씨는 “60~80대의 단원들이 함께 모여 활력 있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일주일에 세 번 연습이 부담스러웠는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습실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고 말했다.

청춘합창단은 빼어난 실력답게 팬클럽도 있다. 배우자와 자녀, 손자, 손녀들로 이뤄진 가족 팬클럽이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아이돌 팬 못지않다. 합창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공연이 있을 때마다 전국 곳곳을 따라다니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춘합창단 정기 공연은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다. 공연에서 선보일 곡은 총 16곡으로 공연시간만 2시간이다. 모든 노래를 외워야 하는 것은 물론 공연 내내 일어선 채로 율동을 곁들여야 해서 준비 기간이 만만치 않다. 단원들이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고 챙겨주는 이유다.

하지만 지휘자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합창단을 창단할 때 계획했던 국립합창단 주최 전국대회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제, 그리고 국제대회 등 3개 대회 입상이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한 만큼 단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다.

합창연습에 돌입한 지 1시간이 지나자 단원들의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간마다 힘들어 앉아서 노래하는 단원도 나타났지만, 단원 모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파트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습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날 무렵, 마지막이라던 연습곡이 끝나자, 지휘자의 한마디가 이어진다. “마지막 곡이라고 했는데, 너무 못해서 한 번 더 할게요.” 노래 제목과 가사는 모르지만, 후렴구인 ‘우리 함께 걸어요’라는 가사가 유난히 귓가에 맴돌았다.

춘천 = 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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