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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싼값에 거주하던 일용직… 고된 일 지쳐 잠자다 참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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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감식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종로 고시원 화재 7명 사망

1983년에 지은 낡은 건물
스프링클러도 갖추지 못해
출입구 하나뿐 대피 어려워
부상자 11명 모두 40~60대

文대통령“안전불감 적폐”불구
‘소방의 날’에 후진국형 참사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화재로 7명이 사망하면서 주거 빈곤층이 주로 투숙하는 고시원 등 노후 건물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은 소방의 날이다.

◇인명 피해 왜 커졌나 = 화재가 발생한 관수동 국일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큰 인명 피해가 불가피했다. 해당 건물은 1983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동경보설비, 비상벨은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계획이다.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축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올해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 당시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타 사무소’는 안전점검대진단 대상이 아니다.

고시원은 일반적으로 약 5㎡(1.5평)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좁은 복도를 끼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소방청의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중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고시원의 출입구가 하나였던 것도 피해를 키웠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3층 출입구 근처에 위치한 방에서 불길이 치솟아 거주자들이 탈출구를 빨리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한 사람들도 다수가 창문에 매달려 뛰어내렸다고 목격자들은 설명했다. 비상탈출구 개념의 완강기가 설치돼 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거주자들이 완강기를 이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또 이른 새벽 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대다수 사람이 일을 마치고 자고 있었던 탓에 탈출이 늦어진 것도 인명 피해를 키운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원룸이나 고시원은 피난 동선조차 구조적으로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대부분 영세한 업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비용 문제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꺼리다 보니 더 큰 참사를 낳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고자와 목격자들은 소방 당국의 대응이 늦었다고 설명해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화재를 목격하고 신고한 이재호(62) 씨는 “소방차가 출동한 뒤에도 우왕좌왕하느라 한참 동안 시간이 걸렸다”며 “한 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정모(40) 씨도 “소방차가 왔는데도 물을 쏠 때까지 20∼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 관계자는 “목격자가 그렇게 느낀 것일 뿐 도착한 즉시 진압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40∼60대에 피해 집중 = 사망자 7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부상자 11명은 40∼60대 남성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거주자들은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이며, 사상자 연령대는 40∼6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은 고시원에 일용직 근로자, 노점상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했다고 말했다. 고시원은 처음에는 국가고시 등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숙식과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생겨났으나 점차 주거형태로 바뀌어 왔다. 요즘에는 월세가 저렴한 생활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사실상 ‘쪽방촌’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주택 이외의 거처’ 36만9501가구 중 고시원·고시텔이 15만1553가구(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 강조하던 안전조치는 어디로 =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밀양 요양병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 “화재 안전에 대한 근본적 개혁방안을 마련하라”며 “안전불감증은 적폐”라고까지 지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다쳤으며 올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는 46명이 사망했고 4명이 부상했다. 이후에도 인명피해를 내는 화재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북 군산 유흥주점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고시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시원 복도 폭을 90㎝에서 120㎝ 이상으로 확대하고 간이 스프링클러 및 야광 피난 유도선 설치를 의무화하는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신규 시설에만 적용된다.

윤명진·조재연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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