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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9일(金)
한·미 동맹 뿌리에 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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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동맹의 기본은 강한 상호 신뢰
공통의 敵에 맞설 공통의 大義
‘血盟 65년’ 원칙 不信 휩싸여

문·김 합작은 韓美관계 흔들고
金, 답방 활용해 남남갈등 조장
한·미·일 협력축 허물면 안 돼


최근 미국의 한반도 정책 관련자들을 두루 만나고 온 인사는 두 가지 변화를 감지했다고 전했다. 하나는, 행정부와 싱크탱크,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아무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생각을 전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종전선언과 관련,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을 김 위원장 요구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돈다고 한다. 여기엔 문 정부의 핵심이 교묘하게 한·미 동맹 약화를 꾀하는 것 같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신임 한미연합사령관은 8일 취임사에서 “강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에 대한 깊은 헌신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맹은 상대국에 대한 침략을 자국 침략과 동일시하고, 적(敵)에 함께 맞설 것이란 상호 확신 위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공동의 적이 분명해야 하고, 같은 방향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서로의 국익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마찰은 있겠지만, 결코 그런 대의가 흔들려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65년 동안 한·미 관계는 동맹을 넘어 혈맹이었다. 6·25전쟁 때 미군 3만6940명이 전사하고, 3737명이 실종됐다. 북진 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1960년대 월남 파병을 계기로 한국군은 진정한 동맹군으로 자리 잡았다.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인근까지 무장공비가 침투했고, 이틀 뒤엔 푸에블로함이 북한에 피랍됐다. 이런 도발에 맞서기 위해 연례 안보협의회(SCM)를 창설한다. 다시 10년 뒤인 1978년 11월 7일 한·미 연합사령부로 발전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방위 우산 밑에서 국방비를 아껴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를 이뤄내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런 위대한 동맹이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합작’이 동맹보다 앞서려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지원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추구한다. 제재를 통한 핵 폐기라는 미국 전략과는 다르다. 남북 군사합의까지 겹치면서 누가 동맹이고 적인지 흐릿해졌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중대 전기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남북이 부각되면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별한 합의가 없더라도 문 대통령 입장에선 나쁠 게 없고, 김 위원장은 남남 갈등과 한·미 균열을 극대화할 ‘영리한 언동’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답방은 필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두 정상의 정치적 윈윈으로 끝나고 동맹엔 금이 간다. 미·북 협상이 교착되면 이런 위험은 더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무지(無知)와, 동맹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도 동맹을 흔든다. 사드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한국 아닌 미국이 부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한·미 군사태세의 변화를 언급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으로는 연합훈련 및 안보 우산 축소,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과 성격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미국 의회가 이런 움직임을 견제하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불안정성이 다소 줄어들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저류에 흐르는 반미 정서다. 반미 시위가 더 기승을 부리면서 트럼프 대통령 사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인형,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미군 철수는 고정 메뉴다. 반대로 김 위원장 찬양은 넘쳐난다. 정권 핵심에도 주사파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대공 역량은 사실상 사라졌다. 과거 월남 패망 뒤 많은 고위직이 월맹 간첩이었음이 드러나 서방에 충격을 주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반기문·송민순 장관 같은 이들이 중심을 잡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도 없다.

동맹 변화론이 공식화하는 순간 한국경제는 혼란에 빠지고, 대외적 위상은 급락한다. 대내적으로는 동맹파와 자주파, 자유민주와 인민민주 사이에 이념적 내전이 벌어질 것이다. 집권세력도 국민도 중심을 잃어선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국가 생존의 근간이다. 적어도 북핵 문제의 완전 종결 때까지 ‘민족 우선’ 논리는 안보를 위협한다. 대한민국의 동맹은 누구이고 적은 누구인가. 스스로 헷갈려서도, 남에게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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