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사 성추행 묵인·추행’ 공립고 前 교장에 집행유예 확정

남자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평교사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의 한 공립고 전임 교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9일 직무유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선모(58)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외견상 폭행, 협박이 수반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의 행사로 성적으로 예민한 부분에 대한 밀접한 접촉을 수반하는 사교댄스를 추도록 한 경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본 사례”라고 판결의 의의를 밝혔다.

선 씨는 2014년 6월 한 남교사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했고 그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사실 여부 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2013년 7월 충남 보령에서 교직원 연수를 하던 중 평교사인 피해자를 잡아끌어 블루스를 추는 등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포기했다. 명백히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했다”며 직무유기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치료강의를 40시간 수강할 것도 명령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