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야기 모셔가는 넷플릭스… “亞시장 韓流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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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척지 亞 44억 인구에 구애
스타·매력적인 이야기 가진 韓
새로운 시장 뚫기위한 필수관문

드라마 ‘킹덤’ ‘좋아하면…’ 등
직접 제작 뛰어들며 거액 투자

지난 8,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 쇼케이스 행사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See What’s Next: Asia)가 열렸다. 한국의 70여 매체를 비롯해 11개국 200여 명의 아시아 언론인들을 한곳에 모은 첫 행사였다. 190여 개국, 1억37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왜 아시아, 특히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일까?

#이야기의 보고(寶庫), 아시아

1997년 미국에서 설립된 넷플릭스는 2010년 캐나다 서비스를 론칭하며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이후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을 거쳐 2012년 유럽을 공략했다. 2015년 일본 시장에 발을 디딘 넷플릭스는 이듬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했다. 전 세계 인구 약 74억 명 중 아시아 인구는 약 44억 명. 미주와 유럽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아시아는 넷플릭스에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스토리에 목마른 넷플릭스 입장에서, 아시아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라 할 만하다. 이 날 연사로 나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전 세계에 포진한 뛰어난 이야기에 투자하고 전 세계 창작자들을 한데 모은다”며 “다양한 문화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온 디맨드(on demand) 방식으로, 개인이 원할 때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라고 밝혔다.

그중 한국은 한류(韓流)를 바탕으로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스타와 콘텐츠 생산력을 확보한 국가다.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가 높아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가 연착륙하는 데 더없이 비옥한 환경을 갖춘 셈이다.

#넷플릭스는 왜 ‘한국 콘텐츠’ 집착하나

2016년 한국 상륙 당시, 넷플릭스의 콧대는 높았다. 국내 인터넷(IP)TV를 장악하고 있는 SKT, KT와 손잡으려 했으나 터무니없게 넷플릭스에 유리한 비율을 내세웠다가 퇴짜를 맞았다. 결국 넷플릭스는 빈약한 한국 콘텐츠를 갖춘 채 첫 삽을 떴다. 반응은 미미했다. 토종 콘텐츠에 대한 소구력이 높은 한국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다.

넷플릭스는 즉각 대응했다. ‘태양의 후예’를 서비스했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옥자’에 투자했다.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한 한국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제작했고, tvN ‘미스터 션샤인’의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300억 원 넘게 내놨다. 최근에는 한국 IPTV 시장 진출을 위해 LG유플러스와 손잡았다. 해외 플랫폼에 협업하며 ‘9:1’ 수익 배분을 고집하던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 자존심을 꺾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헤이스팅스 CEO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홈캐스트와 손잡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IPTV로서 ‘원 채널’(one channel)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는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한국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한 코리안 오리지널(Korean Original) 콘텐츠가 연이어 공개된다. 주지훈, 박민영, 김소현, B1A4 진영 등 한류스타들도 출연한다. 이들을 보기 위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의 팬들이 넷플릭스로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한국 시장은 아시아 전역으로 통하는 허브(hub)이자,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중국 대중까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우회 전략의 매개체인 셈이다.

반면 투자 대비 한국 내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이런 콘텐츠들이 한국 가입자 수 증가에 기여했다”면서도 “국가별 가입자 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싱가포르=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