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면담성사 실패… 주최측 佛의 자리배치 변경 탓?

終戰 기념 오찬서 인사만 나눠
메르켈, 종전 체결한곳 첫 방문

11일 프랑스 파리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직후에 열린 오찬장에서 서로 회동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주최 측’ 프랑스의 자리 배치로 인해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날 오찬장에서 면담이 예상됐던 두 정상은 주최 측이 갑자기 서로 떨어져 마주 보도록 자리 배치를 바꿔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 정상이 오찬 뒤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나중에 보자’고 인사말만 주고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날 ‘패전국’ 독일의 지도자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1차세계대전에서 사실상 독일이 항복을 선언한 종전협정이 체결된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을 찾았다. 독일 정상이 콩피에뉴 숲을 방문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독일은 세계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휴전협정 당시처럼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숲에 전시된 재현 열차에 올라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지난 4일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성당에서 열린 종전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며 전쟁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결속을 다졌다.

1차대전 종전으로 독립한 폴란드는 이날 바르샤바에서 20만 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 독립 100주년 기념행진을 벌였다. 폴란드 정부와 극우단체가 함께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폴란드를 위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을 든 군인들이 선두에서 행진 대열을 이끌었고 안제이 두다 대통령 등과 조금 거리를 두고 폴란드 민족주의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이 뒤를 따랐다. 이날 행사에서는 많은 사람이 폭죽과 홍염을 터뜨리며 행진했다. 군중 대부분은 흰색과 붉은색으로 이뤄진 폴란드 국기를 들고 행진했지만, 행사 주최 측 중 하나인 극우 민족급진캠프(National Radical Camp) 깃발을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민족급진캠프 깃발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극우의 상징 ‘팔랑가’가 새겨져 있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