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에 모험·우정·기쁨 주고 하늘로 떠난 ‘슈퍼 히어로’”

‘마블 코믹스 창시자’ 스탠 리 별세… 美 문화계 등 애도 물결

엑스맨·헐크 등 캐릭터 만들어
최고 영예 ‘美 예술 훈장’ 수상
“우리에게 엄청난 유산 남겼다”

마블 코믹스의 창시자인 스탠 리가 96세를 일기로 12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벤저스,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슈퍼 히어로의 ‘대부’다.

이날 AP통신 등 해외 매체들은 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더-시나이 메디컬센터에서 숨을 거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고령인 리는 그동안 여러 지병이 있었고, 최근 건강 악화로 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는 잭 커비(1917∼1994) 등과 함께 스파이더맨·헐크·닥터 스트레인지·아이언맨·토르·블랙 팬서 등 어벤저스 멤버들과 엑스맨·판타스틱4 등 수많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본명인 스탠리 마틴 리버보다 필명인 ‘스탠 리’가 더 유명하다. 1922년 뉴욕 맨해튼의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9년 우연한 기회에 타임리 코믹스(마블 코믹스 전신)에 입사하면서 만화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던 리는 15세 때인 1937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작문 콘테스트에 가작으로 두 작품이 당선되기도 했다. 2년 뒤 숙부 마틴 굿맨이 사장으로 있던 마블 코믹스의 전신 타임리 코믹스에 편집 조수로 입사한 리는 재능을 인정받아 곧 원작 스토리 제작에 참여했고, 당대의 히트작 ‘캡틴 아메리카’의 각본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1962년 헐크, 스파이더맨, 토르를 집필했고 1963년엔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어벤저스의 원작을 써 수많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리는 마블 코믹스의 애니메이션화와 영화화 등을 통해 회사를 세계 유수의 미디어 회사로 키워냈다.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1994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를 수상했고 1995년 잭 커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미국 예술 훈장’을 수상했다. 고령에도 영화화된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리는 오는 2019년 촬영될 영화의 카메오 촬영까지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0년간 함께했던 아내와 사별했던 리는 올해 초 한 마사지 테라피스트로부터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로 피소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리의 별세 소식에 미국 문화계의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케빈 페이지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는 우리 모두를 능가하는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고 밝혔다. 밥 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은 “전 세계 마블 팬들에겐 스탠 리 자신이 슈퍼 히어로다. 스탠은 영감과 즐거움을 주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리가 창조한 ‘엑스맨’에서 울버린을 연기했던 배우 휴 잭맨은 “그의 유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고 전했고, 데드풀 역할을 맡았던 라이언 레이놀즈도 “모든 것에 감사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했던 크리스 에번스도 “수십 년간 그는 젊은이나 나이 많은 이들에게 모험과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안락, 확신, 영감, 힘, 우정, 그리고 기쁨을 줬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