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WHO 기준 적용 땐 깨끗한 공기 마실 곳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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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대기환경연보 분석

韓 도입 35㎍/㎥ 맞춰도 全無
작년 측정 농도 선진국의 2배
서울, 중금속 농도 가장 높아
사회재난포함 法 국회서 낮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일본의 환경기준을 국내 초미세먼지(PM2.5) 측정소에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건강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달성한 국내 측정소의 수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로, 내년이면 강화된 환경기준에 따라 달성률이 0%가 될 전망이다. ‘환경기준 달성률’은 365일 중 환경기준(일평균 50㎍/㎥)을 4일을 초과하지 않은 측정소를 유효측정소 수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심각하다는 의미다.

14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환경연보 2017’에 따르면, 지난해 지름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유효측정소 197곳 중 24시간 환경기준인 50㎍/㎥를 달성한 측정소는 17곳으로 8.6%의 달성률을 보였다. 2016년 달성률인 10.9%보다 2.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환경기준에 부합하려면 365일 중 환경기준을 초과한 날이 4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경기준을 WHO 수준인 25㎍/㎥(24시간 평균 농도)로 강화할 경우 환경기준을 달성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게 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환경기준이자 우리나라도 올해 도입한 환경기준인 35㎍/㎥(24시간 평균 농도)를 달성한 측정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 유효측정소 수는 2015년 100곳에서 2016년 137곳, 2017년 197곳으로 늘었지만, 전국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강화된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없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서울 25개 측정소에서 집계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5㎍/㎥로, 미국 LA 14.8㎍/㎥, 프랑스 파리 14㎍/㎥, 일본 도쿄(東京) 12.8㎍/㎥, 영국 런던 11㎍/㎥ 등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미세먼지 주의보(시간 평균 농도가 9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지속) 일수는 경기가 23일로 가장 많았고 강원(21일), 경북(18일), 인천(17일), 광주(12일), 충북(11일), 서울(10일) 순이었다. 도시 중금속 농도 조사에서는 서울이 납·구리·철·비소, 부산은 크롬·망간·니켈에서 연평균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전날 취임사를 통해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이라고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한 법 개정안은 4월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도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으나 미세먼지를 풍수재해보험법에도 포함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요구에 따라 정부와 국회 간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