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장이다>규제탓 低임금·低가치 덫에 걸린 서비스업… 고용 ‘치명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 복합쇼핑몰에도 의무 휴업을 도입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고용 효과가 큰 유통산업을 위축시켜 오히려 고용 창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표적인 복합쇼핑몰인 신세계그룹의 스타필드 하남 내부 전경 모습. 자료사진

⑧ 정부 정책에 가로막힌 일자리

제조업생산성향상·고용창출력
성장우위국 가운데 최하위수준
MGI “서비스업이 韓성장해법”

부동산 규제·SOC 감축 여파
건설업 침체, 일자리에 악영향

“재계 요구대로 규제 개혁땐
서비스업 고용 35만개 창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부문에서 규제 등으로 고용시장이 악화한 것이 국가적인 장기 고용 불황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이 혁신 지연으로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한 채 저임금·저부가가치의 고질적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와 사회간접자본 예산(SOC) 감축 등에 따른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의 침체도 전체 고용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4일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의 ‘아웃퍼포머:고성장 신흥국과 성장을 주도한 기업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과 함께 지난 50년간 연평균 3.5%씩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기록한 ‘성장 우위국’(장기 아웃퍼포머)에 포함됐다. MGI는 이들을 포함한 주요 선진·신흥국 제조업이 2030년까지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고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했는데 장기 아웃퍼포머 가운데 한국이 제조업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잠재력에서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GI는 한국은 1970년부터 1989년까지 제조업 고용 비중이 13.6%에서 28.1%로 늘었지만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노동 인구 중 18% 미만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1인당 GDP 성장률이 연간 3% 밑으로 떨어졌고 노동생산성 성장률 역시 2% 밑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MGI가 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서비스업이다. 과거 서비스업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술 진보의 영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MGI는 지적했다. 연구기관마다 조금씩 결과는 다르지만, 서비스 분야 고용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약 2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경제계의 요구대로 규제 개혁이 이뤄지면 서비스 산업에서만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산업의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국내 서비스업은 대체로 저부가가치·저임금 분야에 많이 치중돼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 평균 임금 200만 원 미만 취업자 비중이 제조업은 29.3%인데 서비스업은 48.1%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진입 장벽이 낮은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서 살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서비스 분야의 고용 여력까지 크게 약해지는 실정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의 경우 올해 투자액과 수주액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투자액은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고, 3분기에도 8.6%나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로 올해 1∼8월 건설 수주액도 8.2%나 줄었다.

결국, 강력한 규제 탓에 서비스 혁신은 지연되고, 그나마 있는 서비스 일자리마저 정부 정책으로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제조업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서비스산업 육성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린 과제”라며 “질 좋은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용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회경·김순환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