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장이다>‘광주형 일자리’ 첫 단추만 끼우면 만사형통 ?

재계 “사내하청 분쟁 재연 막을 제도 마련 시급”

수년내 ‘직접고용訴’ 빈발우려
현재구조선 기업들 투자 꺼려
‘勞使 특구 지정’ 등 고려할 만

무디스 “韓 정부 친노동정책
고용에도 악영향 미쳐”지적

“‘광주형 일자리’의 근로자들이 계속 반값 임금 노동자에 만족할까요 ? ‘간접 고용’을 주장하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할 겁니다.”

당·정·청의 눈과 귀가 온통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에 쏠려 있지만,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14일 “광주형 일자리의 근로자들이 수년 뒤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고용소송을 걸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문가는 “가뜩이나 사내하청 문제로 근로자지위확인(직접고용)소송이나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막대한 부담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은 광주형 일자리도 또 다른 사내하청 문제의 ‘재탕’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親) 노동’ 성향과 정책에 힘입은 노동조합의 위세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것이다.

눈앞의 장애물은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규정해 합의가 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를 살린 애초 약속이 지켜질 것이란 보장 없이 또 다른 노조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기업들도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계와 산업계는 처음 약속 이행이 보장되려면 광주형 일자리를 ‘경제특구 또는 노사관계 특구’로 지정해 별도의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설법인이 노동조합 또한 금속노조 등에 가입할 가능성이 큰 데다, 결국에는 협약 체결권 또한 금속노조위원장이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 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임금을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도 핵심사항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법률적으로는 노조의 약속도 2년만 효력을 가지며, 2년 안에도 제2 노조가 설립될 경우 약속을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의 효력 기간이 2년이고, 파업권을 제한할 수도 없는 이상 이러한 근로조건이 준수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노조가 노사 간 합의 약속을 뒤집은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설사 근로자들과 이른바 반값 연봉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놓더라도, 이러한 근로계약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노조에 가입하면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주요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집단적으로 임금을 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노동법체계는 ‘법령 > 단체협약 > 취업규칙 > 근로계약’ 순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해 집단적 근로조건 결정방식을 우선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단체협약 등의 법적 구속력으로 지역별로 임금 차등을 둘 수 없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이사는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2019년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에서 한국 정부의 친(親) 노동 정책들을 거론하며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수준의 노동시장 경직성 속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차라리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낫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