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실무적 합의’… “내각 사퇴” 반발

EU와 아일랜드 국경문제 매듭
메이 총리,특별 내각회의 소집
EU도 27개 회원국 대사 회의
보수당내서도 “졸속 협상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가장 큰 난관인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며 협상이 ‘873일’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13일 영국 BBC는 익명의 내각 구성원의 말을 인용해 영국과 EU가 집중적인 협상 끝에 ‘실무적 수준(technical level)’에서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2016년 6월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공식 결정한 지 873일 만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밤늦게 합의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각료들과 일대일 면담을 했고,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등이 개별적으로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를 찾았다. 이후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14일 오후 브렉시트 협정 초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내각회의를 소집했다고 발표했다. EU 역시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대사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일랜드 RTE 방송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브렉시트 협상이 완결되진 않았지만, 최대 걸림돌이었던 아일랜드 국경문제에 대해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양측은 그동안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통과 때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하드 보더(Hard Boarder)’를 피하기 위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 접근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 잔류를 끝내는 권한을 영국이 갖느냐, 공동의 논의기구를 통해 별도 결정이 이뤄져야 하느냐를 놓고 양측의 이견이 있었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공식 발표할 경우 이달 중 EU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 이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탈퇴협정 초안에는 아일랜드 국경 해법뿐 아니라 역내 거주 상대방 국민의 지위, EU 탈퇴에 따른 분담금 정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현지의 반응은 냉담하다. 메이 총리 등이 영국이 주도하는 협상 타결을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는 1면 제목으로 “진실의 순간을 맞이한 메이”라고 밝히며 협상을 비관했고, 데일리 메일은 “심판의 날”이라며 메이 정부가 수세에 몰릴 것을 예상했다. 보수당 내에서도 이번 협상이 사실상 졸속이며 정부의 사전 공약과 다른 만큼 내각의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각료들이 합의안을 막고, 의원들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도 “사전에 도는 합의안대로라면 영국 의회가 법률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발효되는 2020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이번 안은 각료들이 부결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관계자는 합의안에 대해 “강매(hard sell)에 가까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