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특별재판부 주장에 숨겨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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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2년 가까이 배회하며 사법부를 거덜 낸 재판거래라는 유령이 이젠 법원을 넘어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마저 끝장낼 기세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동향을 사찰했다는 이 모임 소속 판사의 주장으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어느 순간 있지도 않았던 재판거래로 변질하더니 급기야 특별재판부를 도입해 관련 판사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권의 특별재판부 도입 주장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가세하면서 건국 및 4·19혁명, 5·16쿠데타 직후 혼란기에 있었던 특별재판소가 대명천지에 현실화될 수도 있는 지경까지 왔다.

국회의 특별법 제정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다루는 특별재판부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된 헌법 101조 1항에 위배되는 등 헌법위반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아랑곳없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이 법률안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판사 중에서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법관과 특별영장전담법관을 임명하게 돼 있다. 우선 특정 사건의 배당에 관해 국회, 변협 등이 개입하는 것은 사법독립 침해로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특별재판부는 유죄 심증을 굳히고 관련 판사들을 단죄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왕이나 독재자가 재판을 좌지우지하는 봉건·전체주의 국가와 별반 다를 게 없게 된다. 이게 실제 이뤄지면 세계적 망신일뿐더러 법치주의가 무너진다.

특별법관을 추천할 대한변협과 각급 판사회의를 주도하는 세력 및 유력 시민단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이미 유죄로 단정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를 옹호하는 입장을 여러 번 피력한 바 있다. 특별재판부 법관을 임명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중립성도 믿을 수 없는 건, 그가 ‘양승태 대법원’과 사사건건 맞붙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수장을 지냈고 자신이 진상조사위원으로 임명한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인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과 재판거래는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에 사실상 수사 의뢰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특별재판부는 1·2심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말지는 피고인의 선택권인데,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을 받도록 강제하는 건 인민재판, 여론재판으로 몰아가 한바탕 큰 굿판을 벌여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 사건은 수사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껏해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을 다루는데 친일파,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해 만들었던 특별재판소 같은 것을 새로 구성하겠다는 속내는 뻔하다. 정상적인 사법절차로는 유죄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고 스스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별재판부가 도입되면 검찰이 청구하는 영장을 무조건 발부해줄 특별영장전담법관의 협조 등에 힘입어 유죄를 받아낼 수 있고, 특별재판부 도입이 무산된 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특별재판부가 안 돼서 나온 잘못된 것’으로 공박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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