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회담 ‘先제의’·적십자 회담 ‘외면’… 北, 이중적 對南행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리종혁, 판교 방문 경기도 주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을 위해 방남한 리종혁(오른쪽 두 번째)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전 경기 성남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도착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제재 흔드는 사안엔 적극적
南통한 국제공조 완화 노린듯

예술공연·이산가족 추가 상봉
사회·문화 교류에는 묵묵부답

북한이 북한예술단의 서울 공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이산가족 추가 상봉 등 남북 합의 사항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도로·항공 등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큰 사안은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구멍을 뚫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항공 분야 실무회의를 연다. 회의는 북한의 전격 제안에 따라 열리는 것으로,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남북 대화가 시작되면서 항공 분야가 다뤄진 적이 없어 일단 16일 회의에서 북측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지난 2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하는 신규 항로 개설을 요구한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 항공기가 서해상 FIR를 통과할 수 있게 되면 중국 남부나 동남아 등 제3국으로 향하는 북한 항공기가 최단 경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천∼평양, 인천∼백두산(삼지연공항) 간 직항로 개설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모두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남북 항공기의 상대 영공 통행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당장 남북 간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되진 못해도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는 주제가 남북 대화의 의제로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지난 12일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도로공동연구조사단 2차 회의도 북한이 먼저 제안해 열렸다. 도로나 철도 사업 역시 대북제재를 허물 수 있는 사안으로 이날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못했지만 남북은 지속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로 했다.

도로·항공 등 회의가 북측의 선제안으로 이뤄진 것은 남북 대화에서 북측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흔들 수 있는 남북 경협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측은 남북 경협 사안에 적극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회·문화 교류 등에는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9월 남북정상회담과 10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10월 중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가을이 왔다’)과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이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등 합의가 도출됐지만, ‘가을이 왔다’ 10월 공연은 북측의 무응답으로 무산됐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문재인 정부의 성사 의지가 강하지만, 북한에서 이와 관련한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이산가족 추가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