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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16일(金)
‘탄력근로제 확대’ 왜 논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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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 따라 ‘주52시간’ 탄력 적용…‘단위기간 확대’ 쟁점
勞 “연장근로수당 사라져” vs 使 “1년까지 유연 적용해야”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 조정
현행법상 최대 3개월이내 해야
美·日·獨은 최대 1년까지 가능

특정계절에 업무 몰리는 업종
확대하면 경영부담 덜수 있어
과로업무 개선 물건너갈 우려

한국당 ‘단위기간 1년안’ 발의
與도 ‘6개월까지 확대’ 검토중
양노총 반발…사회적대화 난항


탄력근로제 연장 또는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 경영계와 노동계 간에 복잡하게 얽힌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정기국회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전향적인 시행을 합의한 뒤에도 의원별로 입장이 똑같지는 않다.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연장으로 인한 피해자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찬반으로 엇갈려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탄력근로제는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장치로 제시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했는데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폐해가 지적됐다. 특히 철강·석유·정유 업계 등 기계를 쉬지 않고 가동하기 위한 연속적인 근로가 필요한 업종과 연구·개발(R&D) 업종 등이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 오는 2021년 7월 1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1 탄력근로제란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도록 조절하는 제도다. 일이 많은 주엔 조금 더 일을 많이 하고 일이 적은 주엔 휴식을 보장해주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셈이다. 근로기준법 제5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현행법상 취업규칙에 따라 2주 이내, 노사 서면 합의로 3달 이내 탄력근로제 시행이 가능하다. 일례로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업무가 많은 첫 주에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 다음 주에는 46시간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탄력근로제를 운영할 수 있는 단위 기간이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일본은 1개월, 유럽연합(EU) 지침은 4개월, 독일은 6개월이다. 서면 합의로 정하는 경우도 미국·독일·일본 모두 1년이다. 근무의 유연함이 보장돼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9 to 6’(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에서 벗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 기대 효과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특정 계절에 업무가 몰리는 업종에 숨통이 트인다.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여름에 일손이 매우 부족한데, 겨울에는 거의 일손을 놓게 된다. 1년 단위로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업무량이 많은 여름에 초과근무를 하고 겨울에 휴가를 사용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출 수 있다. 주 52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의미가 크다. 탄력근로제 기간은 지난 2003년 9월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고용 환경 변화에 경영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중소기업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계는 “초과 근로 대다수가 주문물량 변동에 의한 것이고, 고정적 성수기가 있는 업종은 평균 성수기 기간이 5∼6개월이나 지속한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과 같이 최대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3 경영계 입장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민 불편 가중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현재 탄력근로제 도입비율은 3.4%로 활용이 매우 저조한데 단위 기간이 짧아 제도 설계와 적용 자체가 어려운 것이 큰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기업이 1년 단위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인력운용계획을 세우는 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는 요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2020년까지 최대 33만6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자본 가동률을 높여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계는 또한 금융상품개발자 등 신규 전문직 근로자와 기획·분석·조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를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가면을 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시청 인근 태평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저지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장시간의 중노동에 내몰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4 노동계 입장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주 52시간 근무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평균 근로시간이 높은 상황이어서 근로자들이 장시간 중노동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주 40시간이라는 평균을 맞춰도 한 주의 근무시간을 48시간(단위 기간 2주일 때) 또는 52시간(단위 기간 3개월일 때)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둔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26주)로 늘어나면 13주는 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노동계는 이렇게 되면 정부의 과로사 판단 기준인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했을 경우’를 넘길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이 탄력근로제로 비수기에 줄인 근로시간을 성수기에 쓰도록 해 무급으로 근로자에게 초과 근로를 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 참여 등 여러 사안을 놓고 다른 태도를 보였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저지를 고리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 연장근로수당

탄력근로제 찬반 논쟁에서 최대 쟁점은 연장근로수당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려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기업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주 52시간까지 일하게 할 수 있다. 일례로 시급 1만 원 근로자가 주 52시간을 일하면 40시간 분(하루 8시간 근로) 40만 원에 추가 12시간 연장수당(1.5배) 18만 원을 더해 58만 원을 받게 된다. 탄력근로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면 주 52시간 근무 시 52만 원만 받을 수 있다. 이를 1년 52주로 계산하면 312만 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기업은 대부분 연차에 따라 계속 인상해줘야 하는 기본급(본봉) 대신 각종 수당으로 임금 총액을 늘리고 기본급을 적게 주는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적은 기본급으로 근로자에게 장시간 일을 시킬 방법을 찾고, 근로자는 임금 삭감을 피하고자 장시간 근로를 받아들여 오면서 형성된 구조적 문제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할 때 보완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선택근로제 개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택근로제는 하루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 달을 기준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선택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됐다. 1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수개월의 집중 근로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IT, 게임, IT 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확대 요구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실제 1개월 단위를 기준으로 선택근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7 입법 현황

야당은 최대 1년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도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경우는 2주에서 1개월로, 노사 서면합의를 거친 경우는 3개월에서 1년으로 변경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학용·추경호·송희경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모두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연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운영계획이 1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들은 모두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여야는 지난번 법 개정 때 홍 원내대표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대안반영 폐기하면서 2022년까지 탄력근로제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는 부칙을 넣었다.

8 정치권 이견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큰 틀만 합의했지 구체적인 기간 및 운용 방식 등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현행 최장 3개월로 돼 있는 단위 기간을 최장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영계의 주장과 대체로 일치한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노사 합의를 통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장 6개월로 늘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수차례 6개월로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던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연내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단위 기간뿐 아니라 업종별 차등 적용 도입, 휴식시간 보장 등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 방안 등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9 연말까지 확정되나

경기침체와 고용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하자 고용노동부는 후속조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적용 유예기간이 연말 종료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 8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기업 이용실태 등을 조사했다. 연구용역 기간은 연말까지이지만 이달 중 미리 중간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실태조사에서 고용부는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얼마만큼 추가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고용부는 업종별 등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반영해 입장을 정리한 뒤 오는 22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활용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할 계획이다.

10 사회적 대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자유한국당) 위원장은 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 논의를 공식 요청했다. 문제는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사노위의 주체는 노사단체, 정부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등으로 넓어졌다. 국회가 의제를 공식 제안해도, 참여주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논의에 찬성해야 경사노위에서 다뤄질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양대노총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도 경사노위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마냥 기다리진 않을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위반 처벌 유예기간이 연말에 종료되는 만큼, 국회는 연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 확대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진영·이관범·민병기·김윤희·손기은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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