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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16일(金)
관료제 뺨치는 ‘어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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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지난 14일 청와대가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안 된 채로 임명된 장관급 8명 가운데 청와대의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7대 기준’에 위배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리가…’ 하는 생각에 자료를 꼼꼼히 살피니, 보면 볼수록 씁쓸함이 더해 갔다.

청와대가 제시한 7대 검증 기준은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이다. 이 가운데 아무 조건도 안 붙은 항목은 앞의 두 개뿐이었다. 불법적 재산증식은 공직자윤리법,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등을 위반해 부동산 및 주식·금융거래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경우에만 국한했다. 위장전입은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인 경우만, 연구 부정행위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 박사학위 및 주요 학술지 논문, 공개 출판 저서에 표절·중복게재 등이 있거나 연구 부정, 연구비 부정 사용 등으로 처벌된 사례에만 국한했다. 음주운전은 최근 10년 이내에 2회 이상이거나 1회라도 신분을 허위 진술한 경우만, 성 관련 범죄는 국가 등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중대한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만으로 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가장 최근 사례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위장전입(1994년), 부동산 투기 의혹(2004년), 다운계약서 작성(2005년), 자기 논문 표절 의혹(2003년), 2세 손자에게 2200만 원 ‘차비’ 증여 논란 등에도 장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게 당연한 일인 셈이다.

국민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검증 기준도 문제지만, 더 씁쓸한 것은 청와대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반박하는 데 이를 동원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도 아닌, 스스로 만든 검증 기준을 내세워 “기준 미달의 인사를 강행 임명했다”는 야당과 언론의 주장을 거짓으로 돌렸다. 마치 “‘팩트 체크’를 해 보니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고 항변하듯. 그야말로 관료주의·면피주의의 절정이다.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안 보고 꼬부라진 손가락을 문제 삼는 격이다. 여당과 대통령선거 캠프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너무 많고 나댄다는 비판을 받아 온 청와대가 어쩌다 이런 ‘늘공(늘 공무원)스러운’, 그중에서도 좋지 않은 모습을 띠게 됐는지 의아할 정도다.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로 인해 장상·장대환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낙마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의 결단이 현재의 제도를 만든 셈이다. 여기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대통령 1인에 쏠린 권한을 나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하겠다는 국정 철학이 담겨 있다. 지금의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게 그 철학에 부합한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형식논리가 아닌 철학적 고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greentea@
e-mail 오남석 기자 / 정치부 / 차장 오남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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