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정치권 등 ‘삼성물산 감리’도 압박

“삼성물산 재무제표 문제없어”
금융당국·회계업계 의견불구
계속된 여론전에 감리 가능성
또 정치적 결정 이어질 우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정치적 결론’의 부작용이 벌써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삼성바이오와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한 이후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공정가치(시장가치)로 재평가했던 만큼 다시 평가한다고 해도 현재 재무제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집안’인 두 회사에 서로 다른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회계의 일관성을 해치고 투자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삼성바이오 관련 삼성물산 재무제표에 문제가 없어서 “감리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참여연대와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고 있어 또다시 정치적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6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지난 14일 증선위 결정에 따라 2012년 설립 이후 재무제표를 모두 재작성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의 모회사로 재무제표가 연결된 삼성물산도 이를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 말 당시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슈로 회계 기준상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하는 작업을 했었다. 이번에 또다시 그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수정 전 재무제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가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 5조3000억 원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았던 만큼 삼성물산 재무제표에 재차 반영되는 숫자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과 회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바이오 회계 이슈는 옳고 그름이 아닌 해석과 판단의 문제였던 만큼 증선위에서 이런 문제를 인지했다면 지금과 다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서 삼성물산 감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관련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재무제표에 잘못된 게 없기 때문에 감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결국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계 원칙보다 삼성의 경영승계에 초점을 맞춘 참여연대와 정치권에서 강하게 물산에 대한 감리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이미 정치적 쟁점이 돼 버린 사안”이라면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에 대한 여론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다음 주 증선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진행한다. 취소 소송 결과는 2∼3년가량 소요되지만 가처분 신청 결과는 2주 뒤쯤 나올 전망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