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바이오산업, 걸음마 떼다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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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세포분자병리학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는 고의적 분식이라는 결론을 내자 주식시장과 바이오산업 전반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당장 시가총액 22조 원에 이르는 삼성바이오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툼의 여지가 많아 상장 폐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비록 업력(業力)은 짧아도 삼성바이오가 우리나라 대표 바이오 기업이라는 점에서, 또 국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미래 산업의 주력 기업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산업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아직은 그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런 규모라도 된 것은 신약 개발에 대한 대규모 기술 수출을 이뤄내고, 후발 주자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가 생산한 바이오 의약품의 위상을 높여가면서 일군 결과다. 이런 첨병 역할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몇몇 기업이 해냈다. 선두에서 치고 나가면서 성과를 보여주는 첨병 기업은 산업 전반에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자신감으로 인해 산업은 생기를 띄고 더욱 성장해 간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상품은 가격에 의해 시장 지배력이 결정된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서라도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이 성패의 갈림길이 된다. 하지만 의약품이나 바이오 제품 등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은, 생산단가보다 생산지 국가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시장 지배력에서 더 큰 역할을 한다. 심지어는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성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의약품이나 바이오 제품 등은 매우 독특한 유통성, 즉 선진 사회에서 그러지 못한 사회로 흐르는 강력한 방향성을 갖는다. 우리도 겨우 몇 년 전부터 이 대열에 들어섰음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등은 국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 단기간에 선진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 이런 제품류 역시 시장 지배력은 가격과 기술성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국들이 이런 산업 분야에서 기술성이 탁월하다고 해서, 의약품이나 바이오 제품에서까지 그런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 국가나 사회가 가진 신뢰성이나 투명성이 이들 제품의 구매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산업은 비록 당장의 규모는 작다 하더라도 미래 성장이 주목되는 분야이자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사실, 좀 더 매진해 확실히 선진 시장에 진입하면 본격적인 성장과 산업화의 길을 닦으려던 참이었는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산업 전반이 일격을 맞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매우 엄격히 다뤄야 한다. 바이오산업 분야의 특성상 신뢰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드시 이 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경제에서 바이오산업의 미래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번 일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위축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의 무역 전쟁이 더욱 살벌해지고 있는 이때,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결실도 보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국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