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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0일(火)
‘어설픈 善意’가 경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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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줄여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위원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정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집스레 경제 노선 변화를 거부하고 있고, 홍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여전한 가운데 이 발언을 사견으로 흘려들을 수는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들의 몫을 인위적으로 빼앗아 중소기업에 얹어주는 모양새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대기업의 의욕 상실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눈에 선하다. 백번 양보해 홍 위원장의 방식이 옳다고 하자. 그렇다면 대기업 근로자가 속한 양대 노총을 설득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 지난 정부에서 애써 불씨를 살린 노동개혁을 백지화한 이 정부가 노동계에 맞설 용기가 있나.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것은 우리”라며 여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과 국회, 대검찰청 등에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노동계에 손 놓고 있는 무기력한 정부와 여당은 그럴 능력과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방 정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최근 노사 상생형 모범 사례로 추진했다가 산으로 가고 있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는 한국 특유의 정부·기업·노동계 3자 간 역학 관계와 현실을 잘 보여준다. 처음엔 광주시가 ‘기본급·직무급·법정수당과 시간외근로를 포함한 연봉 3000만 원’을 미끼로 현대차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그런데 노동계가 반대하자 기업에 부담되는 쪽으로 조건을 180도 바꿨다. 이젠 지방 정부와 노동계가 손잡고 해당 기업을 여론몰이로 압박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재계 일각에선 “광주형 일자리가 원안대로 합의되더라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고용은 고용대로 늘린 상태에서 기업만 노조에 굴복해 임금을 올려주게 될 것”이라고 반응한다. 같은 논리로 홍 위원장의 구상 역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돈은 돈대로 흘러가지만,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홍 위원장은 1980년대 중후반 서울대 대학원 재학시절 마르크스경제학도 중 좌장 격이었다. 동문수학했던 인사에 따르면 홍 위원장은 마르크스경제학의 한계를 절감하고 대오를 이탈하려는 ‘동지’들이 있으면 교내 허름한 카페에서 후배인 강신욱 통계청장을 병풍으로 세워놓고 “어떻게 배신할 수 있느냐”면서 열변을 토하던 정의감 넘치는 ‘운동권’이었다. 그러나 선의(善意)가 모든 것을 용서해주지는 않는다.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틀렸을 뿐, 애덤 스미스와 밀턴 프리드먼도 카를 마르크스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만큼 선의로 충만했다. 경제를 살려보고자 했던 선의로만 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 못지않다. 하지만 역시 정권의 성공은 선의가 아니라 경제로 평가받고, 경제는 결국 숫자로 증명될 것이다. 선의로 가득한 소득주도성장이론은 우리 경제의 일부 보완장치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처럼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비주류 경제가 주류 역할을 계속한다면 내년에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myki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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