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남북협력 속도 - 美, 제재 공동보조… 워킹그룹 ‘동상이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워킹그룹 첫 회의 앞둔 이도훈-비건 한·미 워킹그룹 한국 측 대표인 이도훈(왼쪽 사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모습.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 등을 논의하는 워킹그룹 출범을 하루 앞둔 19일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 출범 하루 전 美는 독자제재

韓, 남북철도사업 등 꺼내며
제재완화 창구로 활용 의도

美, 北비핵화 달성 공조 방점
南北과속 막고 제재 틀 유지

한·미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협력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한 워킹그룹이 20일 출범했지만 목표점에 대해서는 서로 시각차를 드러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워킹그룹이 흘러갈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이 추진 중인 남북협력 사업의 속도와 북한 비핵화 속도를 맞추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워킹그룹을 남북 경제협력 추진을 위해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는 데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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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워킹그룹 출범 하루 전인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우리의 공유된 목표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노력의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열리는 워킹그룹의 목표가 FFVD를 위한 한·미 공조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무부는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이 국제사회 대북제재 틀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임도 시사했다.

미 재무부도 이 본부장이 미국에 도착한 19일에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FFVD 달성 때까지 제재가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재무부가 지난해 8월 제재 명단에 올린 회사의 관계자를 1년 3개월 만인 이날 제재 명단에 추가한 것을 두고 미·북 고위급 회담을 미루는 북한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한국에 동시 경고를 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은 이날 이 본부장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오전 9시 50분 직후 45분 만인 오전 10시 35분쯤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 정권의 기만적 관행을 도우려는 어떤 행위자(any actor)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처럼 미국이 워킹그룹 출범을 앞두고 FFVD를 재확인하며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 조절을 강조한 반면, 한국은 워킹그룹을 남북 경제협력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을 받는 창구로 사용하려는 모습이다. 이 본부장은 19일 미 워싱턴DC 도착 후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워킹그룹은) 지금까지 해오던 협의를 체계화하고, 외교부 차원을 넘어 범위를 좀 더 확대한 것”이라며 “어떤 분들은 일방적으로 미국이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얘기하는데, 상당히 쌍방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철도연결 사업 등)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것은 모두 논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은 20일 워킹그룹을 공식 출범시키고 이날 1차 회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킹그룹에는 한국 측의 경우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북 현안을 담당하는 통일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이 참여하고, 미국 측은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이 참석한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