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기자의 컬처 톡>프레디 머큐리, 남진과 나훈아

전설적 록밴드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뒷심 흥행이 대단합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4주차에 박스오피스 1위(누적관객 약 327만 명)를 재탈환하며 ‘역주행’은 물론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음원 흥행도 매우 이례적입니다. 방탄소년단, 워너원, 엑소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점령하고 있는 각종 음원 차트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허전함과 동시에 ‘왜 우리에겐 이런 음악영화가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왜 ‘보헤미안 랩소디’ ‘맘마미아’ ‘레미제라블’은 되고, ‘단발머리’ ‘사랑하기 때문에’ ‘난 알아요’는 안되는 걸까요?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스타’(2006), 김현석 감독의 ‘쎄시봉’(2015)이 어려운 환경을 뚫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잘 됐다고 하는 이 영화들도 200만 관객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맘마미아’가 약 455만 명, ‘레미제라블’이 592만 명의 관객을 가뿐히 동원한 데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음악영화가 부진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대략 두 가지를 꼽습니다. 하나는 국내용이라는 한계, 다른 하나는 음악 장르를 소홀히 하는 제작 환경 탓이라는 겁니다. 국내용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음악영화에 대한 푸대접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영화의 공급자 측면에선 흥행, 소비자 측면에선 편견 때문에 국내 음악영화가 설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을 지켜보면서 국내 음악영화에 대한 절망감과 동시에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이 이런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으로 ‘쌍천만’을 달성한 윤 감독은 이번엔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도 국내 음악영화에 대한 오래된 꿈을 잊지 않았더군요. 바로 1970∼1980년대를 주름잡은 국내 최고의 가수 남진과 나훈아에 대한 영화죠. 윤 감독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가수 중에 영화로 만들었을 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분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봤는데 남진과 나훈아 선생님이 떠올랐다. 두 분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고요. 벌써 영화의 제목도 ‘라이벌’이라고 정해뒀더군요.

중년 세대에게 남진과 나훈아의 일대기는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합니다. 설령 젊은 세대일지라도, 퀸을 모르는 그들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음악성에 반해 열광하는 것처럼 남진과 나훈아의 수많은 히트곡과 사연에 젖어들어 ‘싱 얼롱(Sing Along)’할 날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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