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총파업>곳곳서 불법쟁의 논란… 정부는 미온적 대응

‘민노총 총파업’ 14곳 집회

현대차 임단협 끝내고 파업
정부는 “사회적 대화” 강조

민주노총이 21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합법과 불법 쟁의행위가 뒤섞인 총파업을 벌이며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정부는 민주노총을 애써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파업은 완성차 사업장 근로자들로 꾸려진 금속노조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이날 1조 근무조(오후 1시 30분), 2조 근무조(오후 10시 30분)가 각각 2시간씩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이 마무리돼 쟁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데도, 총파업에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올해 임단협 교섭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앞서 20일에도 8시간 파업을 벌였다. 오는 22·23일에도 오후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파업 참가자들과 함께 이날 오후 2시 울산 남구 삼산동 태화강역 광장에서 파업대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 목적 달성을 위한 파업은 불법이라며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용부가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해도 사측에 고소·고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대처하라고 권고하는 것 외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쟁의 조건이 성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현대·기아차 노조의 쟁의행위는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사측이 고용부의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이를 처벌할 수단이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앞서 고용부는 “파업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정부가 처음부터 총파업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울산의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울산지역 경제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울산지역 자동차 협력업체 김모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데, 노조의 갑작스러운 파업으로 생산을 멈추게 됐다”며 “얼마 가지 않아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울산 = 곽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