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침묵하는 대법원장…‘檢의 법원 수사’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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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의 동료 법관 탄핵안 의결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는 탄핵 법관 명단을 거론하며 설레발이다.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불안감이 엄습한다. 올해 6월 법원을 뒤흔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고발’ 논의의 데자뷔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형사 절차를 포함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일정 기간 침묵을 거친 뒤 ‘검찰 수사 협조’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전부터 검찰은 ‘대법원의 고발 등이 있으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군불을 피웠다.

이후 결과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수사 의뢰’도 ‘고발’도 없었지만, 검찰은 법원으로 돌진했다. 펼쳐진 꽃놀이패 앞에 망설임은 없었다. 김 대법원장의 ‘애매한’ 표현이 걸림돌이었지만 수사 비협조에 따른 비난은 어차피 대법원 몫이었다. 검찰 수사로 법원은 쪼개졌고 갈등은 봉합 기미가 없다. 대표성이 부족한 전국법관대표회의 동료 법관 탄핵안 가결 탓에 법원은 또 한차례 홍역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무죄 추정이라는 헌법상 원칙을 법관들이 무시했다는 점도 향후 논란의 불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논의의 출발점이 다르다.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곤 형사불소추 특권을 받아 임기 중 물러나게 하려면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법관은 재판을 받아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파면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동료 법관 탄핵 사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자뷔는 여기서 멈춰져야 한다. 역사는 역사를 모르는 이에 의해서만 반복될 뿐이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