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릭!>로마, 마피아 ‘건물 불법점유’ 종지부… 8채 철거

라지 시장 “역사적인 날” 자평

이탈리아 로마 경찰이 마피아 조직이 시 근교 곳곳에 지은 불법 호화저택을 본격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마피아 도시’라는 불명예를 벗는 첫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모습을 비쳤다.

20일 BBC 등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이날 오전 마피아 조직 ‘카사모니카’가 시 남동부 교외에 불법으로 지은 건축물 8채를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 600여 명이 동원된 철거 현장에는 집권당 오성운동 소속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과 살비니 장관도 자리했다.

카사모니카는 집시 출신으로 고리대금·마약 밀매 등으로 이탈리아 내에서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이다. 로마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마피아 조직 중 하나로 약 30년 동안 40여 명이 환경보호구역에 불법으로 호화저택을 짓고 살아왔다.

마피아 조직들의 호화생활은 이날 라지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철거 관련 영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이 금속으로 장식된 문을 망치로 열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천장에 천사 등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펼쳐졌다. 금장으로 된 말 조각상, 치타 모양 조형물 등은 예사였다. 대리석과 화려한 샹들리에는 웬만한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마피아 조직을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마약도 일부 발견됐다.

라지 시장은 “카사모니카 조직이 이 일대에 ‘유사국가’를 만들어 살면서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며 “로마시가 이들의 불법 점유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카사모니카 일가와 조직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살비니 부총리 역시 “오늘 일은 로마에 긍정적 신호다. 법과 질서가 일부나마 복원됐다”고 격려했다.

경찰은 카사모니카 조직을 내쫓은 뒤 불도저 등 중장비를 동원해 한 달여에 걸쳐 불법 건축물들을 철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사모니카 조직은 2015년 조직의 수장이 사망했을 당시 말이 끄는 호화마차를 동원하고 헬기에서 꽃잎을 뿌리는 등 호화로운 장례식을 치른 바 있다. 악단까지 고용해 마피아가 주인공인 영화 ‘대부’의 수록곡을 연주하게 하는 등 떠들썩한 장례식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