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용세습國調, 서울교통公-민노총 커넥션부터 밝혀야

구직 청년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을 분노케 한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여야는 21일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에 겨우 합의했다. 그 사이에 다른 많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서도 노조 위세에 눌려 유사한 비리가 자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애당초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채용 비리 국조(國調)를 요구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적대면서 국회 일정 파행까지 빚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격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집권 세력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여야는 국조 계획서를 다음 달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조사 활동 시기는 정기국회 종료 이후로 했다. 당면한 문제는 계획서 단계에서부터 ‘물타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벌써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국조가 ‘차기 대선 주자’ 흠집내기용(用)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시장도 “야당은 진실이 아니라 정치 공세 소재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황당한 주장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직원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미리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이 과정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노조도 깊숙이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나왔다. 국정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 개선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민노총 소속의 노조가 있는 어느 기업에서 노조가 채용 우선 순위까지 경영진에 제시했는데, 1∼3순위는 회사 현직 및 퇴직자의 자녀, 친·인척, 지인이고 4순위가 일반 청년이었다고 한다. 여야는 철저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서울교통공사와 민노총의 커넥션 의혹을 파헤치는 일이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