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탄핵 촉구’ 후폭풍>“법관 대의기구인지 ‘그들만의 리그’인지 모르겠다”

법원안팎 ‘대표성’ 놓고 비판

회의 당일 발의한 ‘법관탄핵’
의결 절차 등도 문제투성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연루가 의심되는 법관에 대해 ‘(국회의) 탄핵소추도 검토돼야 한다’는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대표회의의 대표성은 물론 의제 상정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의 의장 등 총 13명의 집행부 중 진보 성향 법관이 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그중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한 6명이 법원 내 진보적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특정 성향의 법관에게 전체 판단이 휘둘릴 수 있다는 의미다.(문화일보 11월 22일자 1면 참조)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회의의 판사들이 소속 법원 뜻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대표성 논란을 부추긴다. 법원 내에서 ‘구성원의 뜻을 대표하는 대의 기구인지, 그들만의 리그인지 성격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의 제안으로 시작된 동료 법관 탄핵소추안은 12일인 법관대표회의의 의안 발의 기한을 넘겨 회의 당일에야 발의됐다. 물론 안건 발의 기한이 지난 뒤라도 현장에서 대표판사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발의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논의돼 상정이 결정된 의제들과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구성된 법관대표회의는 취지와는 달리 출범 후 줄곧 법원 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6월 법원 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논의가 진행 중일 때 “형사 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결,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입장 표명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