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는 최악인데… 의정비 올린 울산市의회

與의원들이 주도해 인상 추진
현재도 5814만원 전국 4번째
“고통분담 못할망정”시선 싸늘

전남·강릉·인천 등서도 ‘눈총’

울산시의회가 지역 내 조선 및 자동차 산업 위기 등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의정비를 인상하기로 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의 입장은 고려치 않은 ‘잇속 챙기기’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상당수 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23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결정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5명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반대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 17명 중 13명이 찬성했다. 인상 방식은 의장단에 일임하기로 했다. 의장단은 오는 28일까지 인상률을 결정, 29일 열리는 시의정비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같은 울산이지만, 지역 경제불황을 이유로 의정비 2년 동결을 결정한 울산동구의회와 대조적이다. 울산시의원의 의정비는 현재 5814만 원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 등 주력산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울산 남구 이모(여·49) 씨는 “현재 울산은 경기 침체로 지역 곳곳의 상가가 문을 닫고, 시민들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시의원들은 의정비 인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니 당황스럽다”며 “시의원들도 지역 정서를 고려, 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10개 기초의회도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의원 월정수당을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의정비 19% 인상을 추진, 비난여론에 휩싸였다. 인천YMCA와 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무턱대고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기초의회 무용론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강원 강릉도 시의정비심의위원회가 지난 21일 강릉시의원의 의정비를 현행보다 12.87% 오른 4200만 원으로 잠정 결정하고,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해 반발이 일고 있다. 정의당 강릉시위원회는 “청년 취업률은 오르지 않고, 자영업도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지방선거 이후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는 시점에서 의정비부터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도 의정비를 전국 평균 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에 따라 월정수당 17∼18% 인상을 검토, 주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월정수당이 이대로 인상되면 의정활동비를 합친 도의원들의 의정비는 1인당 5800만 원으로 오른다. 이외에도 부산, 충북, 경북 등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의정비 인상을 추진, 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