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여야 합의까지 저버리며 민노총 감싸나

문재인 대통령도 절절맬 정도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급기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이 합의했던 탄력근로제 보완도 민노총 눈치를 보느라 늦춰질 지경에 처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밝혔다.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확대하자는 것인데,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 된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첫 상설협의체의 합의 사항으로 발표했고, 여야는 나흘 뒤 연내 입법을 결정했다.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임금을 줄이자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민노총 비위 맞추기일 뿐이다.

문 대통령 언급은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노총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도(正道)는 아니다. 연내에 보완 입법이 안 되면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1일부터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엄격히 지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기업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계도기간 연장 등 행정 조치를 병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처럼 여야가 합의한 만큼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하도록 당부하는게 옳다. 민노총 ‘자리’를 다른 17명의 정상적 참여자보다 더 중시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뒤늦게 동참하거나 끝내 불참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지 않아도 민노총의 안하무인 행태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법 위의 존재인 양 행동한다. 서울교통공사 고용 세습에 관련된 의혹으로 청년들의 공분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울산의 한 기업에서는 고용 세습 1·2·3순위를 경영진에 요청한 데 이어 비협조자‘블랙리스트’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문 정부 들어 정규직이 된 지방의료원 직원의 77%가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소속이고, 평택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민노총이 한노총 소속 노동자를 내보내고 민노총 소속 노동자를 채용하라며 공사장을 17일 동안 틀어막는 사건까지 터졌다. 가위 ‘민노총 세상’이 온 듯한 행세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는 민노총에 계속 끌려가면 정권도, 나라도 불행해진다. 문 대통령에 대한 태도만 봐도 더 이상의 오만을 용인해선 안 된다. 민노총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집권에 신세를 졌더라도 절연(絶緣)하는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