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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6일(月)
비용부담에 名作전시 꿈도 못꾸는 미술관…‘속빈 강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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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1660년경 캔버스에 유화, 45.4×40.6㎝. 라익스미술관 소장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선진국처럼 문화복지 확대 필요
‘미술품국가보상제도’ 도입해야


목하 대풍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도쿄(東京)의 우에노 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쿄 우에노 공원에는 3개의 미술관이 있다. 그중 맏이 격인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루벤스-바로크의 탄생’전(10월 16일~2019년 1월 20일)이, 그리고 그 아래쪽에 위치한 우에노 모리미술관에서는 ‘베르메르와 동시대 네덜란드 회화’전(10월 5일~2019년 2월 3일)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그 아래쪽에 있는 도쿄도미술관에서 ‘뭉크-공명하는 영혼의 외침’(10월 27일~2019년 1월 20일)이 관객을 유인하다.

이런 대단한 작가들의 엄청난 전시가 그것도 하나가 아닌 3개가 동시상영(?)이라니. 무엇부터 먼저 보아야 할지 잠시 혼란스럽다. 물론 시대순으로 루벤스부터 보는 것이 좋긴 하겠지만 관람객들로 온통 북새통인지라 어떤 전시건 예매를 했다 해도 족히 30분은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립도쿄박물관에서는 버전을 좀 달리해서 서울과 호주로 순회할 예정인 ‘마르셀 뒤샹과 일본미술’(10월 2일~12월 9일)전이 나도 좀 보아달라고 관객들을 불러세운다.

정말 안복이 터진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전시라면 미술에 별 무관심인 사람들조차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부러운 일이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했던가. 그렇다. 가끔은 영혼의 갈증을 풀어주고, 마음의 양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런 기회가 사치고 호사일 뿐이다. 왜냐면 참으로 접하기 어려운 기회인 때문이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문화재단을 만들고 멀쩡한 시민회관을 두고 새로 문화예술회관을 지어 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시민들은 문화적으로 배고프고, 예술적으로 목마르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문제인 것이다. 서울시가 새롭게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잘생겼다! 서울 20’도 실인즉 건물은 명소일지 모르겠으나 문을 연 이래 가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당기는 전시나 공연 프로그램은 없었다.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만 하고 오길 한두 번이 아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그래도 최소한 우리나라와 국민소득이 엇비슷한 나라의 문화적 복지 정도는 제공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또 관광자원화 차원에서도 양질의 전시와 공연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것도 이런 문화적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넉넉하고 풍부한 프로그램 때문은 아닐까.

사실 일본이나 주요 문화선진국들이 이런 역대급(?) 전시를 열 수 있는 배경에는 ‘미술품 국가보상제도’ 또는 ‘국가전시지불보증제도’ ‘국가보증보험제도’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요전시에 대여해 오는 작품가격은 천문학적인 숫자다. 따라서 보험료로 내야 하는 금액도 엄청나다. 그래서 보험료 때문에 좋은 작품을 빼고, 비중 있는 전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나온 제도가 ‘미술품국가보상제도’다.

1974년 스웨덴이 처음 도입하고 1978년 유네스코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권고’ 중 미술품 국가보상제도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래 많은 나라가 법을 제정해 실질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며 2010년 기준으로 유럽 30개국 중 20개국이 도입을 위한 법을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먹고사는 기초적인 삶을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내서 나라를 지탱하는 소시민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하는 문화복지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 내 해당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제도의 도입을 통해 문화적 복지를 확대할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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