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새 6번 열차 사고>‘비상체제’ 이후에도 사고 3건…코레일, 기강해이가 안전불감 불렀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오후 KTX 오송역에서 전력 공급 중단으로 멈춰선 열차 승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쯤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414 열차가 전기 공급 중단으로 충북 청주시 KTX 오송역 구내에 멈춰 서면서 경부선 상·하행선 운행이 2시간가량 차질을 빚었다. 연합뉴스

- 코레일에 무슨 일이…

이례적 6건 철도사고 원인
정비 미비 등 대부분 ‘人災’

오영식사장 취임후 親勞행보
해고자 복직·SR과 통합 선언
남북철도 등 정치이슈에 몰두

“14조원 빚 방만경영 코레일
‘하인리히 법칙’ 현실화 우려”

코레일이 관할하는 열차에서 최근 1주일 동안 무려 6건에 달하는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국민 사이에서 “열차 타기 겁난다”는 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전하다고 인식돼온 열차에서, 그것도 비상안전경영체제를 선언한 이후에도 사고가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코레일 내부의 기강해이와 안전불감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코레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국민의 열차 이용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26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19일 KTX 사고를 시작으로 20, 22일 열차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은 23일 서울사옥에서 안전 확립을 위한 전국 소속장 긴급 안전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서 오영식 사장을 비롯한 코레일 임직원은 “지난 20일 KTX 오송역 단전사고와 22일 분당선 전동열차 고장으로 많은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발생한 운행 장애 요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12월 4일까지 10일간을 비상 안전경영 기간으로 선포하며 비상안전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간부급 전원이 휴일에 근무하고 본사 실·단·본부장들이 지역별 책임 안전활동을 벌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비상안전경영체제를 선언했던 당일 오후 무궁화호 열차 고장사고가 났으며, 다음 날인 24일에는 KTX가 열차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 2건이 이어졌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코레일 내부에서도 할 말을 잊은 듯한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열차 사건 사고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차량 정비와 부품 교체가 제때에 제대로 안 됐다는 의견이다. 또 이 같은 열차의 운행 장애 사건들은 ‘인재(人災)’이며 자칫 대형 사고 이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레일 임직원들의 비상상황 대처 능력이다. 열차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정확한 안내나 수습은커녕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국민 불안과 불편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 열차에서 내리지 못한 시민이 객차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려던 소동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코레일 임직원의 ‘안전 불감증’ 원인으로는 노사 간 긴장의 고리가 끊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 출신인 오영식 사장 취임 후 2일 만에 과거 파업 등 과정에서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을 복직시켰다. 해직자들은 2003년 옛 철도청 구조개편을 비롯해 외주화 확대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에 반대하며 파업 등에 참여한 이들이다. 절차를 거쳐 해고돼 노동위원회나 법원 등을 통해서도 구제받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법적 판단이 채 끝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오 사장은 또 취임사에서 철도노조가 요구해 온 SR(수서고속철도)과의 통합을 공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답게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친노조 행보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남북 철도 연결사업 등 정치 이슈에만 너무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부채 14조 원으로 부채 비율이 300%를 넘어선 상황으로 2만7000여 명의 ‘공룡조직’이라는 방만한 조직에 대한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레일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설립한 민간기업 SR을 공공성 확보를 위해 코레일과 합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