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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6일(月)
다시 ‘소득주도성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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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딱히 새로운 사실(事實)도 없고, 새로운 논리(論理)도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얘기를 안 해 준 것도 아니다. 안 듣겠다는데야 어쩔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득주도성장 얘기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뿌리째 흔들리던 2015년,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커 보여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 담론(談論)을 살펴봤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게 튀어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0년부터 제기한 새로운 성장 담론이라는 둥,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유행하는 최신 이론이라는 둥 치장하는 말도 요란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사이비였다.

2015년 3월 12일 이 난(欄)에 실린 글(소득주도성장論은 없다) 일부를 자기표절(自己剽竊) 하면 다음과 같다. 가계의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맞는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계의 소득, 특히 처분가능소득의 확대를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엉터리가 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공적 영역 종사자의 임금을 제외한 민간 기업의 임금은 기업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법령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제 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 등은 보조 역할을 하는데 그칠 뿐, 임금 결정권은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무리한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기업은 고용 총량(總量)을 줄이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근로자 전체의 임금 인상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위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늘리고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경제에 대한 몰이해(沒理解)를 드러내는 것이다.

2015년 3월과 지금 사이, 달라진 것은 시간이 흘렀다는 점뿐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1∼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보자. 소득을 10분위로 나눴을 때, 소득 1분위(하위 10%)와 2분위(〃 10∼20%)의 근로소득 감소 폭은 2003년 1분기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니 근로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근로소득이 줄었으니 전체 소득이 감소하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세금이나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으로 이뤄진 저소득층의 비소비지출도 늘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크게 줄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헛된 슬로건(구호)은 버려야 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고통스러운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일을 하면서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복지 정책을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 경제계에서는 “아직 더 망해봐야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인정할 것 같아서 두렵다”는 말이 나온다. 돌아설 수 있을 때 돌아서야지, 계속 고집을 부리면 그 끝에서 무엇이 기다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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