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교수의 古典名句>未聞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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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一日未死之身 則有一日未聞之道(유일일미사지신 즉유일일미문지도)

단 하루라도 아직 몸이 살아 있다면 아직 하루의 듣지 못한 도가 있다.

명말 청초의 사상가 고염무(顧炎武)의 ‘일지록(日知錄)’ 권9의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조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는 일찍이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간절한 마음으로 도를 추구했던 사람이다. 고염무는 공자의 이 구절을 약간 비틀어서 아직 몸이 살아 있는 한 아직 다 듣지 못한 도가 있다고 했다. 즉, 눈을 감을 때까지 도를 구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옛 선비들의 배움에 대한 비장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실제로 고염무는 20대 후반, 벼슬의 길을 버리고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쉬지 않았다고 하니 그 간절함과 성실함에 고개가 저절로 숙어진다. 한때 유교 종교 논쟁이 있었는데 사후세계나 신에 대한 신앙이 없기 때문에 유교는 종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간절한 열정은 종교 수도사들의 구도의 열정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젊은 시절 시시콜콜한 예의범절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가문의 분위기에 대한 반발 심리로 공자의 가르침을 은근히 낮추어보는 경향이 있었다. 선종이나 도가의 고원한 가르침에 더욱 심취했다. 조금 철이 들면서 공자 가르침의 핵심은 바로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에 있음을 알게 됐고 유교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배움의 열정을 불사르는 그 마음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정 인생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사람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배움을 접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