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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28일(水)
포퓰리즘 狂風과 한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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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美·유럽·남미 뒤덮는 국가주의
민주제도 강한 나라 위기 극복
文정부 실패시 극우 부상 우려


지난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큰 이변은 없었다. 대신 주목할 점은 그동안 선거의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것이다. 미 경제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어 공화당 지도부는 이 점을 부각하려고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수주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선거전략을 채택했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냈다. 공화당은 야당인 민주당에 하원을 내줬으나 상원을 수성했다. 중간선거가 통상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에 자신의 색채를 강화하면서 재선 진지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대내외 정책을 변경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에 인종주의와 국가주의 정치가 득세하고 있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에 이르기까지 극우파 정치가 득세하고 있으며 프랑스조차도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실패하면 이를 대체할 극우정치인 마린 르펜이 대기하고 있다. 1930년대 유럽과 남미 등을 휩쓸었던 극우 국가주의인 파시즘을 연상케 한다. 강력한 대중 동원을 기반으로 이민자, 소수민족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두 현상은 비슷하다.

스탠퍼드대 동료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러한 흐름을 ‘정체성의 정치’로 규정하면서 1970년대 이후 남유럽을 시작으로 남미, 아시아로 이전됐던 민주화의 ‘제3의 물결’이 퇴조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곰곰이 따져보면 극우적 국가주의의 부상이 새삼 놀라운 일은 결코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좌파 포퓰리즘의 책임이 크다.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많은 나라에 좌파정권이 들어섰고 포퓰리스트적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지역인 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에 좌파정부가 들어서서 복지의 대폭 확대와 친노동자 정책을 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불평등 해소는커녕 경제 파탄으로 나라와 국민을 동시에 망가뜨렸다.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이 국가들은 정반대인 극우적 국가주의로 급회전하게 된 것이다.

좌파적 포퓰리즘과 우파적 국가주의는 서로 양극단에 있지만,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기저로 삼는다는 점에선 유사하다. 좌파는 기득권 세력 타도를 목표로 삼고, 우파는 이민자나 소수 민족 등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국수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도 위협을 받게 되고, 분열과 대립이 국내외적으로 지속, 강화되면 파시즘처럼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위험마저 존재한다. 미·중 간 갈등의 이유도 겉으로는 무역 등 경제적 이슈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국수주의적 국가주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어 타협이 어렵고 긴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를 거치면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심해졌으며, 젊은이들은 ‘헬 조선’을 외쳤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는 했지만, 정치적 관심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보편적 복지와 소득주도성장 등 친서민적 정책을 펴왔지만, 좌파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적폐청산이 지속되면서 한국 사회는 더욱 분열되고 대립만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재직할 당시 동료였던 영국계 사회학자인 마이클 맨 교수는 ‘파시스트들 (Fascists)’이라는 저서에서 1930년대 파시즘의 광풍을 비켜 갈 수 있었던 곳은 비교적 민주주의 제도가 잘 정착된 나라였다고 분석했다. 작금의 정체성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이나 미국조차도 피해가기 어려울 만큼 강력하다. 맨 교수의 분석이 맞는다면 그래도 민주주의 제도가 확립된 미국, 영국 등은 극우, 극좌의 광풍을 비켜 가겠지만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고 제도화가 불안정한 나라는 권위주의로 돌아갈 위험성이 크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정체성의 정치가 난무하는 시대에 문재인 정부는 남미의 좌파 포퓰리스트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보루로 남을 것인가? 그 답은 문 정부 스스로가 갖고 있다. 즉, 포퓰리즘의 유혹을 뿌리치고 분열과 대립의 과거 정치에서 화해와 통합의 미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자칫 집권 내내 과거와 싸움만 하다 경제는 파탄 나고 무능한 좌파 정권으로 전락하면 그 대가는 대척점에 선 극우 정권의 탄생이 될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던 진보세력에 의해 한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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