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본질과 바이오산업 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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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대기업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가 입에 달고 살던 ‘문어발’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전문화 기업으로 치켜세우던 핀란드 노키아가 폭삭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제지업에서 시작한 노키아는 전화기 사업에 매료돼 다른 사업은 정리하고 무선전화기에 몽땅 걸다가 한방에 훅 갔다. 제품 수명 주기가 급속히 짧아지는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선 다양한 사업 영역의 활발한 신제품 개발이 필수다.

인간 수명이 늘어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바이오제약업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 세계 각국이 저렴한 약값 유지를 위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제약업의 개발 성과는 매우 높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 신약 후보 물질 판매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독자적으로 신청했다. 부실 기업 하이닉스를 인수해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바꿔놓은 최태원 회장의 새로운 승부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 역량은 뛰어나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 전략을 택했다. 공동 투자로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초기에는 바이오젠이 자금 투입에 소극적일 것에 대비해 ‘50%-1주’의 콜옵션을 주고 52%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주주 간 계약을 해 합작이 깨지지 않도록 했다. 첫해인 2012년에는 바이오젠이 증자 참여를 포기해 삼성 지분율이 85%로 높아졌다. 지배력이 바이오로직스에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자회사인 에피스를 연결하는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2015년에는 에피스의 임상시험 성공으로 주식 가치가 급등했고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지배권 상실로 판단할 사유가 현저해 외부감사 회계법인과 협의해 연결을 중단하고 지분법회계로 변경했다.

당시 비상장회사로서 수감한 회계감리와 상장심사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참여연대가 이의를 제기하자 금융감독원이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이 지분법회계를 분식으로 판단해 처벌을 상신했으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2년 회계처리부터 재검토하도록 요구했다. 금감원이 논리를 바꿔 지분법은 맞지만 2012년부터 계속 적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처벌을 상신해 증선위 결의를 받아냈다.

연결과 지분법은 순이익은 같지만 중간 단계인 영업이익과 자산·부채 금액은 달라진다. 지분율 85% 상황에서 연결하지 않고 지분법으로 처리하면 2013년 또는 2014년 감리에서 영업이익 과대계상으로 처벌받는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한 에피스를 연결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감소하는데, 지분법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은 줄지 않고 순이익만 줄어든다. 순이익은 맞더라도 영업이익이 과대계상되면 분식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순이익이 맞아도 동일한 금액의 수익·비용 상계를 빠뜨리면 연결 오류로 처벌된다. 주가의 지속적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인데 상반 논리를 교대로 들이대며 분식 혐의를 추궁하는 건 지나친 처사다.

연구·개발 중심의 신사업은 성공하기 어렵지만, 일단 성공하면 기대 수익이 크다. 인건비가 중국·베트남 등 공장 입지 경쟁국의 5∼10배 수준인 한국 기업의 활로는 고수익 신사업에서 찾아야 한다. 바이오제약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빅 데이터, 자율주행 차량, 신소재 의류 등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규제 혁파에 나서고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결단해 경제의 활력을 속히 되살려야 한다.